[마니아] 벤츠-BMW 엠블럼, 무슨 의미일까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신들만의 엠블럼을 가지고 있다. 엠블럼은 별다른 설명이 없이도 그 자동차가 어떤 브랜드인가를 확인시켜준다. 이같은 엠블럼은 그저 '세련되다', '멋있다' 등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엠블럼에는 그 자동차 메이커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엠블럼으로 꼽히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원 속 삼각별은 두 회사의 엠블럼이 합쳐진 결과다. 고틀립 다임러(Gottlieb Daimler)가 세운 다임러 사는 육, 해, 공을 의미하는 세꼭지 별을 엠블럼으로 사용했다. 또 칼 벤츠(Karl Benz)가 만든 벤츠사는 월계수를 엠블럼으로 만들었다. 이 두 회사가 1차 세계대전 후 합병해 다임러 벤츠가 되면서 세꼭지별과 월계수가 합쳐진 지금의 엠블럼이 된 것.

벤츠, BMW, 아우디 엠블럼

아우디(Audi)는 지난 1932년 독일 삭소니 지방의 아우디(Audi), 데카베(DKW), 호르히(Horch), 반더러(Wanderer) 등 4개의 자동차 회사가 합병한 메이커이다. 아우디 엠블럼 '네개의 링(Audi Four Rings)'는 이 4개의 회사를 의미한다. 또 프로펠러 형상을 한 BMW의 엠블럼은 BMW가 처음 만든 것이 항공기 엔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BMW는 1916년 뮌헨의 바바리아 모터주식회사로 시작해 항공기 엔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때문에 엠블럼을 항공기 프로펠러 모양으로 만든 것. 거기다 BMW 본사가 자리 잡은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청색 하늘과 알프스산의 하얀색을 씌웠다. BMW는 '키드니 그릴(Kidney Grill)'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그릴로도 유명한데 처음에는 이 그릴이 콩팥(Kidney)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지만 이후 모양이 많이 바뀌었다 슈퍼카로 손꼽히는 페라리(Ferrari)의 엠블럼도 독특하다. 앞발을 든 말은 '바라카의 말(Baracca's Cavallino)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 말은 1차세계대전 이탈리아 최고의 파일럿으로 활약하다 1918년 세상을 뜬 프란체스코 바라카의 전투기에 그려져 있던 것이다. 이 그림을 바라카의 아버지인 엔리코 바라카가 페라리사에 사용하도록 허락해줘 지금의 엠블럼이 탄생하게 됐다.

페라리, 포르쉐, 람보르기니 엠블럼.

조금이라도 유심히 본사람은 페라리의 엠블럼과 독일 메이커 포르쉐의 엠블럼이 비슷한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포르쉐의 본사가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는 말사육으로 유명한 도시다. 때문에 시 문장에도 말그림이 사용되고 포르쉐의 엠블럼에도 말이 그려져 있다. 페라리와 함께 슈퍼카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람보르기니의 엠블럼은 '파이팅 불(Fighting bull)'이라고 불리는 황소다. 이는 창업자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별자리가 황소였기 때문이다. 프랑스 푸조의 엠블럼은 사자를 형상화했다. 1889년 처음 자동차를 만든 푸조의 공장은 프랑스 북동부 엘사스의 벨포르(Belfort)였는데 이 지방이 예전부터 벨포르 라이온이라는 사자로 유명했다. 처음에는 꽤 자세한 사자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간략화된 것이 눈길을 끈다.

푸조 엠블럼 변천사: 1858-1925-1936-1960-1980-2002(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캐딜락의 엠블럼은 미국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를 처음 개척한 프랑스 귀족 모스 캐딜락 가문의 문장을 본땄다. 방패는 십자군 원정에서 수훈을 세운 가문을 나타낸다. 엠블럼의 붉은색은 용감함을, 은색은 순결, 자선, 미덕을, 파란줄은 기사의 무용을 나타내고 있다. 이전 엠블럼까지 있던 3마리의 백조와 7개의 진주가 박힌 왕관은 2002년 엠블럼을 간략화하면서 사라졌다. 럭셔리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롤스로이스의 엠블럼은 창업자인 찰스 스튜어트 롤스의 'R'과 프레드릭 헨리 로이스의 'R'을 따서 만들었다. 롤스와 로이스가 처음 창업할 1906년에는 이 엠블럼이 빨간색이었지만 이후 검정색으로 바뀌었다. 또 보닛 위에 여인상은 '스피리츠 오브 액스터시(Spirits of Ecstasy)' 또는 '프라잉 엑스터시(Flying Ecstasy)'라고 불린다. 1911년 영국의 조각가 찰스 사이크스가 만들어 롤스로이스의 상징처럼 됐다.

롤스로이스, 캐딜락 엠블럼.

역사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아시아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회사명 이니셜을 로고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혼다, 렉서스 등이 그렇고 한국의 현대, 기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 르노삼성, 혼다, 렉서스 엠블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일명 '플라잉 H(Flying H)'라고 불리는 현대 자동차의 엠블럼 중 타원은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는 현대자동차를 의미하고 'H'는 현대자동차의 영문표기 첫글자에 속도감을 줘 두사람이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또 르노삼성자동차의 마치 태풍의 눈을 형상화한듯한 엠블럼은 소우주 속에서 고객과 자동차의 만남이 일체화돼 고객 위주의 신자동차 문화를 펼쳐나가는 약동감을 표출하고 있으며, 상하좌우의 대칭적 구조는 삼성자동차가 추구하는 안전성과 신뢰성을 상징한다. 고재완 기자 star@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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