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시대의 본격 돌입으로 증권사들이 간판 교체 고민에 들어갔다.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된다는 목표 아래 집합 투자업과 선물업에도 진출할 수 있는 등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증권사'라는 이름에서 벗어날 필요가 생긴 것. '금융투자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수백억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에 발목이 붙잡혀 기회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4일 자통법(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전 '금융투자사'라로 사명으로 바꾸는 안을 두고 논의에 들어갔다. 새로운 금융투자 환경이 마련되고, 보다 폭넓은 운용을 펼치기 위해 '증권사'라는 틀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게 논의의 주요지.
하지만 브랜드 교체 리스크와 마케팅 비용이 걸림돌로 떠올랐다.
한국투자증권 고위관계자는 "금융투자사로 이름을 바꿀까 실무차원에서 고민해 봤지만 아직까지는 홍보 문제와 마케팅 비용 등 어려운 여건들이 많은 것으로 판단됐다"며 "특히 최근까지 경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선 상당한 기회비용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새 법이 시행돼 나가고 운용과정에서 이름 교체가 시급하다고 생각되면 자연스럽게 바꾸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또한 사명 교체에 대해 고민한 것은 마찬가지. 증권사로서는 자통법 시대 코드를 맞춰가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제기됐다. 특히 자통법 최대 수혜주로 꼽히며 투자영역 확장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투자사1호'로 삼성증권이 가장 유력하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삼성증권 역시 브랜드 교체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추후 재논의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삼성증권 관계자는 전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법으로 금융투자사로 바꾸라고 강제하지 않은 이상 자유로운 고민을 할 수 있는 상태"라며 "간판 교체 비용을 포함한 홍보 비용 등이 막대하게 들어가는 상황에서 현재로선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 은행을 계열사로 둔 증권사들은 사명 교체 과정에서 어떻게 금융투자사로서의 색깔을 찾아가느냐도 고민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증권사 간판고수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계속 생존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 결국 환골탈태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영훈 한화증권 기업분석센터장은 "이제 증권사들은 △매매 △중개 △자산운용 △투자자문 등 자본시장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며 "아무래도 증권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에는 제한적인 것들이 많은 만큼 자본력, 인력수준 등 준비가 된 증권사들은 금융투자사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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