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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재난 방재는 예보 신뢰에서 시작한다

수정 2022.08.12 14:03입력 2022.08.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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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재난 방재는 예보 신뢰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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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에 기록적인 물 폭탄이 쏟아졌다. 1907년 기상 관측 개시 이후 115년 만에 처음 겪은 최악의 폭우였다. 10일까지 18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고, 570가구 723명이 집을 잃었다. 도심에서 수천 대의 차량들이 침수되는 일도 벌어졌다. 우면산 산사태처럼 끔찍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형편이다.


기록적인 폭우에 대한 기상청의 주의보는 8일 새벽 2시부터 시작됐다. 오후 6시까지 서해5도에 최대 100㎜의 폭우가 쏟아진다는 것이었다. 오후 9시30분에는 연천을 비롯한 경기 북부에 9일까지 쏟아지는 폭우가 300㎜를 넘을 수도 있다는 경보가 나왔다. 오후 10시30분부터는 서울 지역에도 연속적으로 주의보·경보가 이어졌다. 정부·지자체가 급박하게 발령되는 기상청의 예보에 더 많은 신경을 썼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경기를 덮친 비구름 띠의 움직임은 현란했다. 폭이 10㎞ 남짓한 긴 비구름 띠가 현란하게 오르내렸다. 동작구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질 때 도봉구의 하늘은 맑았다는 보도도 있다. 서울 상공에서 수시로 헤쳐모여를 반복하는 비구름의 레이더 영상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언제나 정확한 일기예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나무랄 수는 없다. 기상청은 예보의 적중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다고 예보가 언제나 정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비구름이 발생해서 끔찍한 물 폭탄으로 변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은 언제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기상관측 기술에 투자·노력을 아끼지 않더라도 예보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상 선진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5년 뉴올리언스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잊을 수 없었던 미국은 2008년 허리케인 구스타브(8월)와 아이크(9월)에 바짝 긴장했다. 시장·주지사·대통령이 모두 발 벗고 나섰지만 미국 기상청의 예보는 호들갑스러운 과잉예보였다. 그러나 불평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상청을 가족만큼 신뢰한다는 일본도 과잉예보를 탓하지 않는다.


기상청을 양치기 소년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예보의 오류 분석에 재미를 붙인 무책임한 언론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우리 기상청에 일본·미국·유럽의 기상청과 순위 경쟁을 강요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국민들의 참혹한 현실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낯 뜨겁고 민망한 정쟁에만 매달리는 정치권에 대한 따끔한 경고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비가 쏟아지면 대통령이 집무실을 지키고, 현장을 찾아야 한다는 낡은 봉건주의적 주장은 절망적이다. 대통령실의 어설픈 변명도 부끄럽다. 의도된 이미지로 국민을 속이는 것을 ‘대국민 홍보’의 본질이라는 전 정부 비서관의 어처구니없는 궤변을 대단한 뉴스거리로 착각해서도 안 된다.


재난 대비를 위한 투자도 중요하다. 국민 안전을 위한 투자를 낭비로 여기는 어리석은 정치인은 확실하게 퇴출시켜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난 예보에 대한 신뢰다. 예보를 믿지 않으면 방재는 불가능하다. 현대적 방재 노력의 핵심인 일기예보를 주말 나들이를 위한 서비스로 착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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