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윌슨, 트랜스젠더·동성애 다룬 무대 서
"트럼프 겨냥한 비판" 해석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랜스젠더 딸 비비안 제나 윌슨(21)이 뉴욕 패션위크 무대에 올라 주목받았다. 단순한 데뷔 무대가 아니라, 트랜스젠더 권리를 제한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정치적 상징'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연합뉴스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NBC 방송 등을 인용해 윌슨이 뉴욕패션위크 기간 중인 12∼15일 4곳의 패션쇼 런웨이에 섰다고 보도했다.
윌슨의 첫 무대는 12일 '미스 USA 1991'을 테마로 한 액세서리 디자이너 알렉시스 비타르의 쇼였다. 해당 쇼에 등장한 모델들은 모두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이들은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주의 이름이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무대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6∼2015년 '미스 USA 선발대회' 운영권을 소유한 바 있다. WP는 이 점을 언급하며 이번 쇼가 "트럼프를 겨냥한 풍자"라고 짚었다.
윌슨은 13일 네팔계 미국인 패션 디자이너 프라발 구룽의 쇼에도 참여했다. '미국에 있는 천사들'(Angels in America)이라는 쇼 제목은 동성애와 에이즈 등에 대해 다룬 동명 연극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윌슨은 14일과 15일 패션 디자이너 올리비아 청과 보석 디자이너 크리스 하바나의 쇼에도 연달아 섰다. 하바나는 쇼의 취지에 대해 "성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지, 성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도전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뉴욕패션위크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명확한 정치적 메시지를 선보였던 지난해와 달리 명시적인 정치적 상징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WP는 짚었다. 그러면서 "윌슨을 캐스팅한 것은 명시적이진 않더라도 하나의 '선언'으로 읽힐 수 있다"며 이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표현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각종 다양성 정책을 폐기하고 트랜스젠더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윌슨을 무대에 세운 것 자체가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윌슨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쇼 자체가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을 때 정말 좋다"며 "그건 정말 강력한 선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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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은 머스크가 2000년 결혼해 8년 뒤 이혼한 첫 부인 저스틴 윌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중 하나다. 그는 2022년 18세 나이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했고, 아버지 머스크가 물려준 성을 바꾸며 절연을 선언했다. 당시 그는 "생물학적 아버지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고 싶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절연을 선언해 화제가 됐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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