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개혁 릴레이 제언①
벤 넬슨 미네르바 대학 설립자
"수능 같은 단일 입시 체제로는
좋은 인재 다양하게 못 뽑는다"
"한국 교육, 시대에 뒤떨어져"
"한국의 대학 입시 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모든 대학이 '하나의 시험'으로 인재를 선발할 게 아니라, 각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따라 자율적으로 뽑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벤 넬슨(Ben Nelson) 미네르바 대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경제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대학별로 자체적인 입학 기준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넬슨 설립자는 대학의 인재 선발 확대가 수험생(학생)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대학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는 결국 수능과 같은 단일 시험 성적에 매달리지 않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대학 입장에서 보면 분야별로 필요하고 뛰어난 인재를 선발해 교육할 수 있는 선순환 고리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2012년 설립된 미네르바대는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인재를 키워내는 '미래 교육의 성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졸업생을 배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졸업생 90% 이상이 6개월 내 취업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고 이중 상당수는 구글, 맥킨지, 세계은행, 아마존, UN 등에서 활동한다고 벤 넬슨 설립자는 말했다.
미네르바대 입학 경쟁률은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원자 대비 신입생 합격률이 1%대로, '하버드대(3%대)보다 들어가기 힘들다'는 평도 있다. 세계 혁신 대학(WURI) 순위에서 2022년부터 3년간 1위를 기록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줄 세우기로 학생을 뽑지 않는다는 점이다.
넬슨 설립자는 "특정 시점의 지식을 평가하는 것보다 실생활에서 지식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한국의 수능처럼) 중앙에서 시행하는 단일 시험 체제로는 다양한 인재 선발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미네르바대에서는 SAT나 토플 등의 시험 점수로 입학생을 뽑지 않는다. 지원자의 창의성, 논리적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인성 등을 두루 평가하기 위한 자체적인 온라인 과제와 다단계 평가 등으로 선발한다고 한다. "10~20년 뒤 어떤 지식이 필요할지 알 수 없는 AI시대에는 단순 지식보다 비판적·창의적 사고와 소통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넬슨 설립자는 말했다. 오지선다형 찍기 시험으로 줄 세우기에 익숙한 한국의 대입 시스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넬슨 설립자는 "한국 교육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 모델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교육 방식, 교육 과정 구조, 평가 방법을 전반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모든 학생이 단 하나의 결과만을 향해 달려가는 교육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성공은 '진학하는 대학'이 어떤 것이냐가 아니라 개인의 재능에 달린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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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설립자는 "지금 한국 교육에서 필요한 것은 과거 명문대 모델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궁극적으로 사회 전반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기존 제도를 뛰어넘는 새로운 교육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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