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감소 여파, 제조사 판촉행사 멈춰
임대료 조정 합의 불발, 17개 점포 계약해지
노조 측 "노동자·입점업주 생계 위협"
직원들 내달 12일 회생계획안 발표 촉각
지난 19일 오후 수도권의 한 홈플러스 매장은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식품 전문 매장 '홈플러스 메가 푸드 마켓' 3주년을 기념해 수박을 비롯한 과일과 채소, 가공식품 등을 할인한다고 알리는 팻말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지난 3월4일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로도 매주 콘셉트를 바꿔 할인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매장은 한산했다.
협력업체 소속으로 파견돼 이 매장에서만 20년 가까이 근무 중인 여성 직원은 "과거보다 방문객 수가 확연히 줄었다"며 "그나마 온라인 주문 건수가 어느 정도 뒷받침돼 매출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서울우유를 비롯해 한동안 공급이 중단됐던 제품들이 다시 채워지고 있지만 결제가 이뤄지는 상황에 따라 물량이 제한적으로 풀리는 것 같다"면서 "제조사에서도 이곳의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해서인지 기존 매장 내 시식 행사를 책임지던 파견 직원들을 이마트를 비롯한 다른 곳으로 돌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 경쟁사 대형마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시식코너 직원들은 이 매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돌입한 지 80일 가까이 지난 상황에서 구성원들과 회사 안팎을 둘러싼 상황은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분위기다. 당장 회사 측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임대료를 조정하겠다며 최근까지 총 61개 임대점포의 임대주들과 임대료 조정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 15일부로 법원의 승인을 받아 17개 점포와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대형마트의 경우 점포 수가 매출을 일으키는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이 같은 결정은 판매 실적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홈플러스 측은 계약 해지 통보 후에도 마지막까지 임대주와의 협상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합의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기존 해당 점포 소속 직원들은 인근 점포로 전환 배치하고, 소정의 격려금을 지급해 적응을 돕는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구성원들은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회사 측이 법원에 기업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다음 달 12일 보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나올 것으로 막연하게 기대한 바 있다. 매장 계산대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외부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직원들이 민감한 급여나 퇴직금 지급 등은 아직까지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일부 상품의 공급이 일시 중단된 적은 있지만 영업에 차질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일부 점포의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인근 지역으로 직원들을 재배치하고, 구조조정은 없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 있었다"며 "전환 근무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직원들 사이에서도 향후 회사의 존립 여부와 관련해서는 시각차가 있었다. 상품 진열을 담당하는 한 직원은 "6월12일에 구체적인 발표가 나온다고는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내용이 담길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며 답답해했다.
지금 뜨는 뉴스
홈플러스 노조 측은 MBK와 사측에 연일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17개 점포의 계약을 해지한 점을 꼬집으며 수천 명의 노동자와 입점업주들이 실직과 생계 위협에 직면했다고 날을 세웠다. 최철한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사무국장은 "계약 해지된 점포 17개 중 천안에 있는 점포 두 곳은 모두 계약 해지 대상으로 확인됐다"며 "이곳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앞으로 어디에서 근무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말하는 고용보장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공수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