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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하우스]④'영끌족' 구제 해야하나…정부 개입 "맞다 vs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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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발 금융위기, 진짜 오나

편집자주본지 경제·금융 싱크탱크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가 출범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기 오나-한국 금융 심층 진단’을 주제로 곽영권 메리츠증권 전무,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박재하 전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임진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 이니셔티브(SGI)원장,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가나다순)이 심층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현 경기 침체 상황이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수준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는 의견이 갈렸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쪽과 정부 개입이 되레 시장의 자연적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다는 반론이 팽팽했다. 당장의 시장 불안보다는 2023년 이후 심화할 양극화와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비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는 참석자 명단은 공개하되 각 발언자의 발언은 익명 처리하는 '채텀하우스 룰'을 따른다. 토론 전문은 여러 편에 나눠 싣는다.

[채텀하우스]④'영끌족' 구제 해야하나…정부 개입 "맞다 vs 아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 'PF발 위기 오나|한국 금융 심층 진단'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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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이정재 아시아경제 경제미디어스쿨 원장 겸 논설고문


(참고)

PF발 금융위기, 진짜 오나

"밑빠진 독 한전이 블랙홀, 전기료 올려야"

"내년 경기 V자보다 L자…최악 막는 게 최선"서 계속


"과도하게 오른 부동산, 충분히 조정받도록 놔둬야"
"월급으로 집 못 사, 젊은이들에게 희망 없는 나라 돼"

<토론자 A> 지금 안고 있는 PF 문제의 본질은 전 정부가 구조적인 문제는 안 건드리고 단기 대응만 하다가 부동산 버블을 키웠고, 덩달아 늘어난 그림자 금융을 백업하다가 이게 뻥 터진 거거든요. 지금 정부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게 시사점이라고 봅니다.


<토론자 C> 아까 D님께서 부동산 가격이 30%가 조정되는데 10%는 명목 조정을 하고 나머지는 소득이 오르고 인플레로 자연적으로 조정이 되면 그것도 조정이라 말씀하셨는데, 따지고 보면 지난 정부 때 부동산이 과도하게 오른 건 사실이잖아요. 과도하게 올랐으면 조정을 충분히 해줘야죠. 부동산 가격 떨어진다고 호들갑 떨 일은 저는 아니라고 봐요. 부동산은 이미 정치적인 이슈가 됐습니다. 특히 젊은이들 얘기를 들어보면 아무런 희망이 없는 나라가 됐거든요. 월급보다 부동산 가격이 2배, 3배로 오르면 젊은이들은 집을 살 희망이 없어지는 겁니다. 이쯤 되면 부동산은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고 사회 문제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도록 방치까지는 그렇지만 조정이 되도록 놔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는 알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충분히 조정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전 정부 이전 수준이나 그 언저리까지. 그 과정에서 물론 시장이 망가지거나 하는 것은 방비해야겠지요.


<사회> 한국 경제의 취약점은 가계부채입니다. PF 위기론도 다 가계부채와 연결돼 있습니다. 부동산이 급락할 때 가계부채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이 붙는 거죠. 그렇다면 과연 어디까지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용인할 수 있을까요. 예컨대 2008년, 2012년에 금융연구원에서 은행 스트레스테스트를 했는데, 그때 결론이 30%였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30% 떨어질 때까지는 은행 시스템이 문제없이 견딜 수 있다는 거였죠. 저축은행이나 여전사들, 이런 곳은 퇴출당하는 곳도 있겠지만 큰 틀의 금융 시스템은 지킬 수 있다는 마지노선이 30% 하락 이었습니다. 우리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타이트하게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말씀이죠.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요? 지금도 30% 정도 단기 급락을 버틸 수 있을까요? 급등한 부동산은 추락 속도는 훨씬 빠를 수가 있어서 그 부분은 우리가 어떻게 봐야 할지, 시스템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얼마나 될지, 추정이 가능할까요.


<토론자 E> 부동산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빠져도 된다, 저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에 기업 구조조정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다만 채권 구조조정의 경우 무조건 비우량 채권이라고 내팽개치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흑자가 날 수 있는 회사가 단기 자금 부족으로 부도가 나는 상황은 막아줘야 한다는 겁니다. 비우량채 지원을 한다고 한들 어차피 정부가 모든 기업에 막 돈을 퍼주고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제 말씀은 정확한 기준을 세워 경쟁력 있는 기업의 흑자 도산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부동산 규제는 이 정부 들어 LTV까지는 풀어버렸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번 정부가 아주 잘하는 것 중 하나가 규제를 시장에 맞춰서 풀어주는 건데, 확 풀어주고 있어요. 한전채나 국공채도 발행을 조정하도록 해서 시장을 안정시킨 것도 적절했습니다. 다만 가계부채 관련해서 좀 더 적극적인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가계부채가 핵심 이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하락 폭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큽니다. 지난 5월 김포 아파트가 평당 2000만원 수준이던 게 지금은 20~30%씩 떨어졌어요. 부동산 가격 급락은 PF 문제를 넘어 가계부채 문제로 비화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LTV뿐 어느 정도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고려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토론자 C> 동감입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영끌한 젊은이들, 그런 쪽에 대한 미세맞춤 대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호도로 인해 영끌해서 과도하게 빚을 내 집을 샀다가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부담이 엄청나게 커졌는데, 이건 단순히 부동산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까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안 되도록 막아주는 게 정부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이 뭔지는 고민해봐야겠지요.


[채텀하우스]④'영끌족' 구제 해야하나…정부 개입 "맞다 vs 아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 'PF발 위기 오나|한국 금융 심층 진단'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과도한 정책 대응은 부실의 구조화 불러"
"PF 부실 원인 제공자가 책임지도록 해야"

<토론자 D> 그렇더라도 과도한 정책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고 봅니다. 경기적인 문제가 구조적인 문제로 연결돼 고착되는 고리가 바로 부실입니다. 예컨대 코로나 사태를 복기해보죠. 정부가 돈을 많이 풀어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회수된 건 하나도 없거든요. 이게 계속 정부 부채로 남고 해소가 안 되는 거죠. PF 부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출을 못 갚는 부실이 생겨났을 때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누가 떠안을 건가가 핵심인 거죠. 개인이 떠안을 수도 있겠지요. 네가 잘못한 거니까 네가 떠안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또는 금융회사가 안으라고 할 수도 있죠. 너도 대출을 잘 못 해준 잘못이 있잖아 이러면서. 아니면 정부가 떠안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도와줬어야지 정책을 잘했으면 이렇게 됐겠어. 이러면서.

결국은 부실이 생겼을 때 이걸 누가 감당을 하느냐인데 지난 정부 정책을 보면 "정부가 다 떠안을게 당신들은 편히 살아"이런 식이었다는 거죠. 이런 정책이 누적되면 이게 구조적인 부실로 연결된다는 겁니다. 사실 이번 PF 위기는 캐피탈과 저축은행 문제이거든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정말 위험 자산만 따지면 10조원 조금 넘을 겁니다. 이 정도는 사실 은행이 충분히 자금 공급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거든요.


그래서 이게 금융 위기로 간다는 주장은 정부의 정책 대응 수단을 과소평가한 거라고 봅니다. 다만 정부가 은행을 통해 해결한다고 하면 그 부실을 결국 공공이 떠안게 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렇게 하는 게 맞냐는 거죠. 어느 정도는 부실의 당사자인 캐피탈이나 저축은행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본을 확충하든지 아니면 정리를 하든지. 그게 첫 번째 말씀이고요.

두 번째는 이번 경기 순환이 장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따져볼 여지가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 역동성이 줄어들고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부분에서 역동성이 약화했느냐, 그건 좀 달리 봐야 합니다. 전통 제조업 부문의 역동성은 물론 줄었습니다. 하지만 배터리나 바이오, 전기차같이 새로 성장하는 부분의 역동성은 상당하거든요.

예를 들어 국가독점을 풀면 시장 혁신과 역동성을 부를 수 있습니다. 과거 통신 시장 독점을 풀자 KT, SKT 등의 혁신이 일어났던 것처럼 말이지요. 한전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기 요금 같은 경우도 핸드폰 요금제와 비슷한 전력 요금제를 할 수 있습니다.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정은 이 시간대에 요금이 싼 전력 요금제를 선택하는 식입니다. 이런 식으로 국가 독점 시장을 풀면 에너지 시장이 개편되고 성장의 역동성을 되살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이라고 하는 게 과거 전통 제조업 위주로 판단해 역동성이 줄어들었다고 단언하기는 좀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점에서 내년 이후 장기 침체로 갈 것이란 전망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데이터가 움직이는 시대입니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엔 자동차가 다니고 굴뚝이 늘어나는 게 역동성이었지만 그렇게 눈에 보이는 역동성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는 맞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4차 혁명 시대를 잘 대처하느냐의 문제지, 역동성이 줄어 장기침체가 온다고 보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A님 말씀처럼 우리 경제가 현재 대변혁기에 있는 건 맞습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우리가 선도해 나갈 것인가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편에 계속, 참조 : "경제는 정치…경제 논리만으론 해결 안돼")




정리=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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