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주요 은행들도 가상화폐 개발에 나섰다. 은행들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포인트 제도에 블록체인 기술을 입혀 디지털 화폐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다.
현재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를 개발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 내역 등 데이터를 분산ㆍ암호화해 기록하는 방법으로 보안성을 극대화한 새로운 데이터 보안 기술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안에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 대학가를 중심으로 화폐 이용을 확산한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최근 핀테크 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현재 주요 대학과 인근 가맹점의 전용 디지털 화폐 발행, 간편 결제, 송금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연말까지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 사용과 충전에 대해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개발중인 가상화폐(위비코인)는 원화 1원에 1코인(가상화폐)으로 그 가치가 고정돼 있다. 가치가 계속 변하는 비트코인과는 달리, 원화와 가치가 1대1로 연동되는 가상화폐다. 사람들간에 온라인상으로 이체가 가능하고,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우리은행은 이 가상화폐를 우선적으로는 '앱 투 앱' 결제의 모델로 활용할 계획이다. 앱투앱 결제란 카드리더기 등 별도의 기기없이 앱 상에서 결제가 가능한 결제방식이다.
가상화폐를 통해 가맹점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면 가맹점 결제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원화와 일대일 교환이 되는 가상화폐를 선불충전금 방식으로 확보하면 일종의 예금유발 효과도 이끌어낼 수 있다. 이자를 줄 필요가 없는 대규모 '저비용성 예금'이 생기는 셈이다.
타 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하는 고객들도 우리은행의 가상화폐로 전환, 충전해서 온ㆍ오프라인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하나은행이 개발중인 가상화폐(하나머니)의 방점은 글로벌 제휴처다. 화폐의 본질이 유통인만큼 하나머니를 쓸 수 있는 제휴처를 글로벌로 확대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본 것이다.
하나은행 역시 기존 포인트 제도인 하나머니를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로 전환할 계획이다.
한준성 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은 "하나머니 포인트에 블록체인 기술을 입히기만 하면 된다"면서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제휴처라는 얘기다. 현재 하나머니는 국내 20여개 제휴사와 포인트 교환이 가능하며, 국내 주요 편의점과 영화관 CGV 등에서 포인트를 활용한 결제가 가능하다. 1하나머니는 1원으로 현금전환이 가능하다.
현재 하나금융이 제휴 준비 중인 글로벌 업체는 금융사는 물론 유통업체 등 다양한 기업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통화는 결국 사람들이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래 화폐 전쟁에서 어떤 은행이 승기를 잡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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