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트럴 파크' 새로운 중심상권으로
트렌드 민감한 2030 여성 즐비
인근 홍대 입구·상수는 예전보다 썰렁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연트럴 파크를 들어 보셨나요?'
5일 오후.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서울 연남동 '경의선 숲길 공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담소를 나누는 친구·연인, 인근 맛집들을 둘러보는 인파로 활기를 띄었다.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김주란(25·여)씨는 "그 유명한 연트럴파크를 이제야 와봤다"면서 "홍익대 입구, 이태원 등 기존에 많이 가봤던 곳에 비해 신선하고 먹을거리, 볼거리도 많은 것 같다"며 웃었다.
'연트럴파크'는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빗댄 별칭이다. 지하철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부터 경의중앙선 가좌역까지를 아우른다. 다양한 식당과 술집, 옷가게 등 상점이 즐비하다. 앞서 2015년 6월 경의선 지하화와 함께 전선과 전봇대를 묻고 도로를 정비한 끝에 들어선 연트럴파크는 빠르게 홍대 중심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낡은 기찻길과 그 주변 2~3층짜리 단독주택이 말끔한 잔디밭 공원과 이국적 상가로 거듭났다.
연트럴파크를 중심으로 한 연남동에는 특히 젊은 여성들이 많이 보였다. 드문드문 보이는 남성도 대부분 여성과 함께였다.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여성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방증이다. 여자친구와 거리를 둘러보던 조성진(28·남)씨는 "다른 '핫플레이스'들처럼 거대하거나 복잡하지 않고 건물들이 낮고 아기자기하다"며 "상수 등 비슷한 느낌의 지역에 비해서도 전체적으로 잘 정돈된 느낌"이라고 평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연남동을 많이 찾는 이유는 '맛집'이다. 연남동 골목골목의 몇몇 이름난 맛집들 앞은 뙤약볕 아래에서 기다리는 손님들로 시끌시끌했다. 인터넷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도 연남동 맛집 리스트를 정리한 포스팅이 즐비하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연남동은 서울 주요 상권 중 최근 3년간 음식점 개업 신고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2012년 58개였던 점포 수는 2015년 171개로 195%가 급증했다. 경리단길(132%), 상수(102%), 이태원(86%) 등을 훌쩍 넘어선다.
이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홍대 입구, 상수 등 인근 지역은 한창 때의 명성을 많이 잃어버린 모습이다. 평일 낮시간대라 그런지 홍대 쇼핑 거리 상점들에는 손님들이 거의 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무더위 탓에 찡그린 표정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홍대 입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주말은 몰라도 평일의 경우 홍대 입구, 상수동 등은 예전보다 많이 썰렁해졌다"며 "사실 뜨고 있다는 연남동도 언제 다른 곳에 자리를 뺏길지 모를 일"이라고 설명했다.
'선배' 골목 상권과 마찬가지로 연남동에도 낡은 건물을 사 새단장해 가격을 높여 되팔거나 세입자를 구해 월세를 받으려는 투자자가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연트럴파크 인근에서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하거나 지하 혹은 1층을 상가로 꾸미는 공사 현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3.3㎡당 3000만원 수준이던 연남동 단독주택은 최근 5000만원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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