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진출·우리은행 경영 참여…이번엔 초대형 IB까지
'초대형 IB' 대비…대형 증권사 자기자본 확충 경쟁
자본금 따라 어음·환전업무 허용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박나영 기자]국내 증권사들이 새 먹거리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증권사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과 우리은행 경영참여에 이어 초대형 투자은행(IB) 자격확보를 위한 자기자본 확충 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주식교환 방식으로 계열사 메리츠캐피탈 지분 100%를 인수해 자기자본을 현재 1조8000억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확충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자사주 10.94%를 2900억원에 삼성생명에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한국투자증권 지주사 한국금융지주는 이달 내 2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한국투자증권 자기자본 확충에 활용할 방침이다.
자본확충에 나선 이들 증권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3조8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이 확대되는 삼성증권은 이번 자사주 매각 발표로 그간 우려가 컸던 회사 자체 매각설을 일소할 수 있게 됐고, 자기자본 확충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 온 한국투자증권 역시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초대형 IB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시작했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4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2분기 자기자본을 3조원, 4조원, 8조원 이상으로 구분해 자본규모에 따라 어음 발행, 기업 환전 업무 등을 허용하는 '초대형 IB'를 도입할 예정이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으로 새로운 건전성 규제(NCR-Ⅱ) 적용하고 기업 신용공여 한도 증액, 다자간 비상장주식 매매ㆍ중개업무 허용 등이 적용된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어음 발행, 기업 환전 업무 등을 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이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추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기업에 막대한 외화자금을 지급, 고질적인 수익성 부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형 증권사의 새 먹거리 탐색 행보는 초대형 IB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형 증권사는 은행과 증권사 사이의 장벽을 사실상 없앤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과점주주 참여 등에도 적극적이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연말 또는 내년 초 출범을 앞둔 카카오뱅크와 K뱅크에 각각 참여해 참여해 태스크포스(TF)팀 구성, 채용 등 사전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의 지분 54%를, NH투자증권은 K뱅크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모집된 자금 관리를 비롯해 온라인 영업망을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활용할 방침이다. 현대증권으로부터 카카오뱅크의 지분 10%를 사들인 NH투자증권 역시 자산관리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염상섭 상무이사를 기타상무이사를 내세워 은행과 증권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하이브리드 계좌를 개발하고 로보어드바이저 활용 등 자산관리 분야에서 상승효과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과점주주에 참여해 3000억원의 자금을 쏟아 부은 한국투자증권(지분 4%)은 지분투자 효과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경영참여를 통해 은행의 오프라인 영업망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온라인 기반의 증권사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온 키움증권 역시 우리은행의 지분 4%를 확보하고, 은행의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사업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달 30일 사외이사 1명을 추천하고 새로운 행장을 선출하는 임원추천위원회에도 의견을 적극 개진할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요 증권사들이 초대형IB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비롯해 우리은행 과점주주로 참여한 증권사는 복합점포 확대에 이어 업권을 넘어선 새로운 상품개발 등으로 체질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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