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회계감사에서 존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 기업 10곳 중 7곳은 은행의 여신 평가에서 정상기업으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들이 여신을 이자 연체의 발생여부를 중시하는 사후적 체제로 관리하며 빚은 결과로, 여신관리체계를 미래 상환능력까지 감안한 사전적 관리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들은 부실우려기업 여신의 57~88%를 '정상'으로 분류해 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년 말 기준 회계감사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돼 존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 기업 중 72.3%를 정상여신으로 분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으로 이자를 납부하고 있어 당장 큰 위험이 없다는 게 정상 여신의 판단 기준이었다. 이는 감사의견 적정기업 중 77.5%를 정상여신으로 분류한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규모다. 산업은행 등 주요 채권 은행들이 최근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의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해 관리해왔던 것도 이같은 근거에서였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채와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7조원과 7308%에 이른다.
또 은행들은 저신용등급의 기업이라도 담보가 있는 경우 중신용등급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들이 담보여부를 기업대출 신용평가의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은행의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이용한 중소기업 대출의 신용등급별 구성을 보면 저신용등급 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2013년 19%, 2014년 17.9%, 2015년 15.3%로 줄고 있지만 신용평가사가 평가한 저신용등급 기업의 대출 비중은 2013년 22.7%, 2014년 25.7%, 2015년 25.7%로 상승하고 있다.
한은은 "이같은 은행의 여신건전성 관리 관행으로 인해 잠재적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연체기업은 대부분 연체 이전부터 재무지표가 악화되고 있었다"며 "연체시점에서는 이미 대출기업의 67% 정도가 자본잠식 상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기업신용위험평가를 강화해 부실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이자를 연체하기 이전부터 여신관리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후적 관리 위주의 여신관리 관행을 대출기업의 미래 상환능력까지 감안한 사전적 관리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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