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우리나라의 가계 및 기업 부문의 재무건전성이 저하되면서 금융시스템의 잠재위험도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2일 낸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소득이 개선되지 못한 가운데 주택매매 증가 등으로 가계부채 규모가 큰 폭으로 늘었고 기업 역시 재무구조의 안정성이 저하된 상태"라며 "이에 따라 금융안정지수(FSI)는 '주의'단계 임계치(8) 이내이긴 하지만 지난 4월 3.5에서 10월 현재 5.0으로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계 부문은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비중 확대 등 부채구조 개선에도 불구하고 부채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등 재무건전성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9월 말 현재 143.0%(추정치)로, 지난 3월 말(138.0%)에 비해 5.0%포인트 상승했다.
또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상환지출 비율은 올 2분기 중 41.4%로, 전년동기대비 2.7%포인트 올랐다. 분할상환 대출 비중의 확대와 함께 사업소득 감소 등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가계소득 대비 가계지출 비율은 메르스 사태로 인한 소비지출 위축 등으로 2분기(76.8%) 및 3분기(76.9%) 중 전년동기대비 각각 1.5%포인트, 0.9%포인트씩 떨어졌다.
기업 부문은 수익성이 다소 개선됐지만 성장성이 크게 악화되고 재무 취약기업이 증가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전반적으로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증가율은 올 상반기 중 큰 폭의 마이너스(-7.1%)를 기록해 성장성 부진이 심화됐다. 단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6%로 작년 상반기(4.7%)에 비해 0.9%포인트 올랐다. 기업들이 대외여건 악화로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 위주의 경영전략을 추구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무구조의 안정성은 부채 증가, 단기지급능력 저하 등으로 나빠졌다. 부채비율 200% 이상인 업체 비중(2014년 말 12.3% →올해 6월 말 12.9%)이 상승하고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업체 비중도 소폭 올랐다.
이와함께 은행부문은 수익성 부진이 지속됐지만 자본적정성이 양호한 가운데 가계 및 기업 부문의 재무건전성 저하에도 저금리 지속에 따른 대출자 상환부담 완화 등으로 자산건전성 개선세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은행금융기관 역시 경영지표 대부분이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은 금융기관과 외환부문의 거전성이 양호한 수준을 지속함에 따라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유지했다"며 "하지만 가계와 기업의 재무건전성 저하로 금융시스템의 잠재위험은 증가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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