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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산타가 절실한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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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산타가 절실한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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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구해줄 수 있어?'


카톡, 하고 도착한 문자가 매섭게 째려본다. 형태는 의문형이지만 실은 명령형이다. 발신자는 마눌님이요, 수혜자는 두 아들이다. 온 누리에 축복과 은총이 넘치는 크리스마스 아닌가. 아내에게는 남편의 능력을, 두 아들에게는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각인시켜야 한다. 그것이 이 땅의 애비된 자로서 마땅하고 성스러운 의무다. 비록 고난과 역경의 길이지만.

역시나, 이름부터 시련이다. 터닝메카드라는 호칭도 낯선데 게리온, 네오, 스핑크스, 요타…의 생소한 단어가 입에 붙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눌님은 남편을 배려한답시고 '다 구할 생각은' 마란다. 구할 수 있는 것만, 그것도 두개씩, 이왕이면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셋팅하라는 명령이다.


얼핏 살펴본 판세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이미 씨가 말랐다. 인터넷 한정판도 하늘의 별 따기다. 대형마트 인맥이 두터운 옆 자리 후배 A에게 부랴부랴 SOS를 쳤다. 터닝메카드 제조사 실세와 가까운 옆옆 자리 후배 B에게도 구조 신호를 보냈다. A는 마지막 30대를 떠나보내는 자신을 위로해주기는 커녕 얼토당토 않는 숙제를 어찌 떠안길 수 있느냐는 뜨악한 표정이었다. B는 제 자식 장난감도 못 구하고 있는데 참으로 딱하다는 눈길이었다.

저 표정과 눈길을 슬그머니 피하며 카톡에 연결된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의 친구들을 분주하게 훑었다. 생면부지도 여섯 단계만 거치면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다는 '관계의 6단계 법칙'에 기대면서. 저 6단계 법칙에 따르면 빨간색과 파란색 셋팅이 가능할 거라 믿으면서.


작년 크리스마스도 그랬다. 그때는 다이노포스였다. 이모, 고모, 조카, 친구들까지 죄다 동원했다. '500개 한정' 인터넷 판매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500분의 1, 가능한 확률이라 여겼다. 동원된 저들의 신속하고 과감한 마우스 클릭을 믿었다. 500분의 1은 그러나 불가능한 확률이었다.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모니터 화면에는 '품절' 두 글자만 씁쓸하게 깜박거렸다.


크리스마스마다 반복되는 장난감 전쟁은 이면에 빠듯한 물량으로 품귀 현상을 일으키는 장난감 제조사의 꼼수가 숨어 있다. 가격이 3만원 안팎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거든다. 결정적으로 '착한 아이'와 '산타 선물'을 교환하는 부모들의 심리가 결국 이 난리법석을 점화시킨다.


그나저나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지금까지 '터닝메카드를 확보했다'는 낭보는 들리지 않는다. 아침부터 카톡은 깽깽댄다. 선물 어찌 됐냐고. 산타가 절실한 것은 천방지축 아이들이 아니다. 이 땅의 어른들이다.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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