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5년 내 최대 233억달러, 10년 내 366억달러의 대(對)중국 수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업황 악화로 힘겨운 시기를 겪고 있는 대표적인 수출주이자 중후장대 산업인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이 FTA를 계기로 다시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FTA 효과가 당장 크게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시장이 확대돼 수출 환경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최근 들어 빠르게 기술 격차를 따라잡고 있는 만큼 이번 FTA로 되레 한국 기업들의 시장 기반이 빠르게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중국 수출 비중(2013년 기준)이 석유제품은 18% 수준, 석유화학제품은 45%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관세 철폐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면 공급과잉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에틸렌과 벤젠 등 기초유분과 파라자일렌(PX) 등 중간원료에 대해서는 2%, 폴리프로필렌 같은 합성수지 제품에는 5.5~6.5%의 관세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FTA 협상에 따라 에틸렌과 프로필렌은 10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다만 수출 주력 석유화학제품인 PX는 양허에서 제외됐다. 텔레프탈산(TPA)과 에틸렌글리콜(EG)도 개방되지 않는다.
또한 중국이 석유화학제품 자급을 위해 설비 증설을 추진 중이라 가격경쟁력 우위가 얼마나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신증설에 따른 자급률 상승 등으로 실익은 감소할 전망"이라며 "현 시점에서 FTA 발효시 석화제품의 국내생산 및 중국 수출은 단기적으로 증가하겠지만 향후 증가율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중 FTA로 철강업종도 일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은 스테인리스 열연강판과 같은 중저가 철강재 제품의 관세를 한·중 FTA 발효와 동시에 철폐하기로 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냉연강판은 발효 후 10년 안에 완전 개방될 예정이다. 중국 내 국산 철강재 제품에 부과됐던 3~10%의 관세가 점진적으로 철폐되면 수출 환경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중국산 철강재 가격이 워낙 낮고 중국 철강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인해 그 효과는 제한적 일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오히려 중국산 저가 철강재 수입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재가 이미 공급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관세인하 및 철폐 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중국이 FTA 발효를 계기로 한국 시장 공략을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FTA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요트 같은 특수선박을 제외하고는 이미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조선업계 특유의 '편의취적국'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는 편의에 따라 어디서나 선박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선박을 발주하는 업체들의 경우 파나마 같은 제3국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배를 주문하는 게 관행이다. FTA와는 관련이 없는 셈이다.
다만 조선 업계는 FTA가 중국 조선 업체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국내산 강판에 관세철폐가 이뤄지면 중국업체들이 품질이 좋은 국내산 강판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종은 선사들로부터의 수주에 따른 문제이기 때문에 FTA로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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