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 사회부 차장
'북한산 둘레길' 중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는 '구름정원 길'. 지하철 3호선 불광역에 내려 10여분 걷다 보면 둘레길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오르막 산길을 오르고 이마에 땀이 맺힐 무렵, 하늘 전망대가 눈앞에 들어온다.
시원하게 열린 시야, 가을빛 도심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눈이 호강하면 마음도 즐거워지게 마련이다. 적당히 땀을 흘리며 풍광을 즐기고, 신선한 바람으로 샤워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진다.
그곳에 가면 은근한 매력의 귀여운 친구도 만날 수 있다. 숲길 낙엽 아래 숨어 있는 작은 친구다. 어른 엄지손톱만 한 그 친구는 곳곳에 널려 있다. 제법 강한 바람이라도 불면 그 바람을 타고 우두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다.
그 주인공은 바로 '도토리'다. 여기서 잠깐, 퀴즈 하나를 풀어보자. 참나무라는 나무가 있을까. 황당한 물음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부터 '나무 이름 대기' 놀이를 하면 단골메뉴가 참나무 아닌가.
산에 가면 볼 수 있는 도토리 열매가 바로 참나무 존재의 증거라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참나무라는 이름의 나무는 없다. 참나무는 어느 한 종을 말하는 게 아니라 참나무 속(屬)의 여러 수종(樹種)을 일컫는 명칭이다.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등이 대표적인 수종이다. 가을이 무르익을 무렵 뒷산에 오르면 볼 수 있는 도토리는 이러한 수종 중 어느 하나의 열매인 셈이다.
도토리 속에 들어있는 아콘산은 중금속 해독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비상 식품으로 도토리를 저장했다. 먹을 것이 많은 요즘은 식량보다는 도토리묵 등 별미 재료로 쓰인다. 도토리묵은 칼로리도 낮고 소화도 잘된다.
도토리묵을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껍질을 까서 말린 뒤 빻아서 분말을 만든다. 이후 물에 담가서 떫은맛을 우려낸 뒤 윗물을 건져낸다. 가라앉은 앙금을 잘 말린 뒤 물을 섞어 끓이고 식히면 도토리묵이 된다. 도토리묵이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는 게 널리 알려진 탓일까. 가을철만 되면 무분별한 도토리 채취가 문제로 떠오른다. 1~2개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검은 봉지에 수북하게 도토리를 챙겨 가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도토리묵 재료비 얼마를 아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덕분에 다람쥐, 청설모 등 도토리를 먹는 여러 동물은 겨울 양식을 잃어버리게 됐다. 내년 봄에도 산에서 그 귀여운 다람쥐를 보고 싶다면 무분별한 도토리 채취는 자제하는 게 어떨까.
류정민 사회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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