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은 신라 때 어린 남자들로 구성된 무예집단 쯤으로 봐선 안 된다. 화랑은 낭도라는 1000명 이상의 무리를 이끌고 있는 소년 리더이다.
화랑이란 말은 지금의 표현으로 하자면 정확히 '꽃미남'이다. 그들이 중시한 것은 정말 예쁜 얼굴이었다. 그리고 잘 갖춰진 육체. 그리스가 인간의 몸에 열광한 것과 비슷하다. 그리스가 인간의 몸을 사랑한 것은, 인간의 거울인 신의 몸을 꿈꾼 것이다. 신라가 화랑에서 꿈꾼 것은 신과 소통하는 사람이다. 화랑은 일종의 제사장(무당)의 성격에서 출발한 직책이다. 신과 만나는 사람이기에 인간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존재여야 했다.
화랑 교육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노는 공부'였다. 노는 공부의 커리큘럼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네가 왜 놀아야 하는가의 교육이다. 이를테면 정체성 교육인데, 너는 신과 소통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집중적으로 일깨우는 것이다. 화랑들이 전쟁에 임해서 목숨을 헌신짝 버리듯 하며 달려가는 이유가 전쟁광이어서가 아니다. 신라를 지키는 신인(神人)으로서의 신성한 미션이었기 때문이다.
볼트와 너트가 헐거운 상태를 우린 나사가 논다가 말한다. 화랑은 바로 헐거운 볼트의 역할을 맡는 존재이다. 신과 인간 사이에 헐거운 무엇으로 존재해야 하기에 놀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풍류(風流)라고 했다. 뭘 가지고 노는가. 바람과 물을 가지고 논다. 자연을 닮은 삶을 권장한 것이다.
'노는 공부'의 두 번째는 집단 수련이다. 경북과 강원도 동해안 일대는 화랑들이 워크숍을 한 흔적들이 제법 많이 남아 있다. 화랑은 집단을 경영하면서 리더십을 익혔고 낭도들은 여행을 통해 깊이 있게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그들은 그것을 금란지교라 불렀다)을 쌓아 팀워크를 키웠다.
이 노는 공부는 지리적인 전술을 터득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이었고 또 강인한 체력과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중요한 코스였다. 이런 공부가 화랑의 정신력과 전력을 중무장시켰음을 말할 나위도 없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은 저 노는 정신의 힘이다. 자부심과 창의력과 충성심이 모두 거기에서 왔다. 지금 우리 교육이 저것에서 배울 점은 없는가.
이상국 편집부장·디지털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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