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베이징(北京)시에 거주하는 26세 회사원 장(張)씨는 1년 전 여윳돈 30만위안을 가지고 뷰익을 살까 폴크스바겐 파사트를 살까 고민하다가 주식을 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치루(齊魯)증권 문을 닫고 나온 장 씨는 최근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에 뿌듯해했다. 당시 투자한 30만위안은 현재 80만위안으로 불어난 상태다.
최근 1년 새 중국 주식시장이 두 배 이상 폭등하는 바람에 주요 신차 구매 고객층인 젊은 직장인들이 자동차 구입을 미루고 주식투자로 방향을 바꾸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최근 신차 수요가 주춤해진 원인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신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중국 주식시장이 꼽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주식시장은 상하이종합지수가 5000포인트를 돌파한데 이어 2007년 기록한 전고점인 6000선을 넘을 수 있을지까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월부터 5월 22일까지 투자자들이 개설한 신규 증권 계좌 수는 지난 4년치를 합친 것 보다 많아졌다.
불똥은 자동차업계에 튀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에서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157만대에 그쳤다. 역대 가장 저조한 5월 성적표다. 쿠이동슈 협회장은 "주식시장이 중국 내 돈을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다"면서 "자동차업체가 파격적인 할인혜택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신차구입을 미루고 대신 주식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일부 외국계 자동차기업들은 가격 할인은 물론 대출 이자 지원, 계약금 면제, 보험료 지원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하다. 중국에서 GM의 지난 5월 자동차 판매량은 4% 감소했다. 뷰익, 쉐보레, 캐딜락 등 40개의 모델 가격을 인하했는데도 불구하고 판매 부진이 나타났다. 폴크스바겐과 합작한 이치-다중(一起-大衆)과 상하이-다중(上海-大衆)은 지난달 판매량이 각각 14%, 1%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도 10%가량 감소했다.
그나마 SUV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창청(長城) 등 대표 토종 자동차 회사들은 꾸준한 수요 증가를 독식하고 있다. 그러나 선두 업체들을 제외하면 다른 토종업체들도 시장 상황이 안좋기는 마찬가지다. 창안(長安)자동차는 지난달 판매량이 21만8100대로 0.3% 증가하는데 그쳐 올해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업계는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 둔화로 인한 판매 부진 불안감, 가격 경쟁 심화로 인한 마진 축소 고통까지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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