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수 늘리려 과도한 마케팅으로 폐업 잇따라…폐업 시 소비자 구제 어려워
[아시아경제 최서연 기자] 결혼정보업체들이 잇따라 폐업하는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때 3위까지 했던 결혼정보업체 닥스클럽마저 다른 업체에 넘어갔을 정도다. 업계는 과도한 마케팅 비용과 방만경영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결혼정보업체 닥스클럽은 지난달 결혼정보업체 엔노블에 인수됐다. 닥스클럽은 한때 업계에서 3위 수준의 유망한 업체였다. 지난해 130억원의 투자를 받은 후 광고 집행 등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등 전투적으로 시세확장에 나섰다. 하지만 무리한 확장으로 경영난을 겪었고 결국 엔노블에 경영권을 넘기게 됐다. 중소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결혼정보업체 시장에서 상위업체의 몰락은 시장에 충격을 가져왔다.
실제 결혼정보회사들은 2010년 이후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폐업한 '디노블'도 올해 '퍼플스'에 인수됐고 리조트기업 대명도 '더원결혼정보(행복출발더원)'를 인수해 '대명위드원'으로 새로이 사업을 시작했다. 2012년 10월에는 1991년 설립된 국내 첫 결혼정보회사 '선우'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2013년 회생절차를 마쳤다. 2012년 8월 탤런트 선우용녀씨가 대표로 있던 '레드힐스'도 파산해 '행복출발더원'에 합병됐고 2011년 2월 손숙 전 환경부 장관이 대표이사로 있었던 결혼정보업체 '웨디안'도 폐업했다.
업계는 결혼정보회사의 잇단 폐업 원인으로 무리한 경영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결혼정보회사들의 폐업은 대부분 무리한 경영 때문"이라며 "회원수를 무리하게 확대하려 규모에 맞지 않는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책정하면서도 회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직원 탓에 고객 불만이 늘면서 수익을 내지 못해 적자폭이 커져 결국 폐업하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영세 업체의 경우 대형업체보다 포털 등 여러 콘텐츠 등을 통해 얻는 데이터들의 질이 떨어지다 보니 회원 수를 늘리기 어렵고 이로 인해 유능한 매니저들의 이탈 등이 심화돼 결국 폐업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혼정보업체의 폐업은 소비자들의 피해로 직결되기도 한다. 과거 레드힐스가 파산했을 당시, 수백만원대의 결혼 매칭서비스를 신청해 놓은 회원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는 물론이고 환불을 받지 못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결혼중개업을 하기 위해서는 최고 2000만원 이상의 보증보험에 가입하게 돼있지만 사후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구제 받을 방법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 결혼정보 관련 시장은 약 1500억원 대의 규모로 이 가운데 상위 6곳이 전체 시장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최근 공개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매출 기준으로 듀오가 244억원, 가연이 68억원, 닥스클럽이 41억원 정도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회사가 매출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정확한 재무구조 파악이 쉽지 않다. 시장규모가 크지 않고, 구청에 등록만 하면 되는 등 진입장벽이 낮아 영세한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으며,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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