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그리스발 먹구름이 개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간밤 그리스 총리가 구제금융안에 대한 국민투표 제안을 사실상 철회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덕분이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3일(현지시각) 국민투표에 대한 철회의사를 밝히면서 그의 정치적 도박은 이틀 만에 마무리됐다. 총리는 "야당이 (EU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구제금융안에 동의한다면 국민투표는 필요 없다"고 말했고 그리스 재무장관은 의회 연설에서 국민투표는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CB는 마리오 드라기 신임 총재 취임 후 첫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드라기 총재는 인플레이션 저지 보다 경기 부양에 무게를 뒀다.
간밤 미국 증시는 유럽발 호재에 고용지표 호조까지 겹치면서 상승 마감했다. 지난 주 신규 실업수당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9000건 감소한 39만7000건으로 집계되면서 시장 예상치 보다 양호한 성적을 냈다. 다우 지수가 1.76% 올랐고 나스닥과 S&P500은 각각 2.20%, 1.88% 올랐다. 영국(1.12%), 프랑스(2.73%), 독일(2.80%) 주식시장도 상승 마감했다.
4일 시장 전문가들은 해결 국면으로 접어든 것처럼 보였던 그리스 재정위기가 다시 돌발 변수로 떠올랐지만 주식시장이 받을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단 국민투표 제안이 철회된 데다 미국 경기 개선 및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그리스 총리의 국민투표안이 철회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정책금리를 1.50%에서 1.25%로 인하했다. 또 미국 주간 신규실업수당 신청자가 9월 하순 이후 처음으로 40만명을 하회했다. 안도랠리가 재개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미국 고용 시장과 이탈리아 경제개혁의 향방이 중기적으로 시장 추세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3일 전면적 경제개혁안을 채택하는 데 실패하고 수정안을 채택하는데 그쳤다. ECB가 지속적으로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하고 있음에도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5일 연속 6%를 상회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탈리아가 경제개혁안 채택을 마냥 늦출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본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그리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의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지수 하락을 방어해 줄 것으로 본다. 4일로 예정된 그리스 내각에 대한 신임투표에서 내각이 재신임을 받지 못한다면 그리스 내부 상황과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 질 수밖에 없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 경제지표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각종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이 준비되고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버냉키 연준 의장이 주택과 고용시장 부진에 대해 언급했고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수단을 도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문구를 명시했다. 미국 경기와 관련된 정책들이 아직까지는 '기대감'의 영역에 머물러 있지만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하다. 때문에 코스피가 조정을 받는다고 해도 하단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 유럽 문제가 다시 시장의 변동성 요인으로 부각된 가운데 미국 고용지표와 기업실적 등 펀더멘털 측면의 기대감이 시장의 하방경직성에 기여할 전망이다. 미국 기업들의 기업이익 수정비율이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는 점도 주식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지난 한 달 동안 주식시장이 억눌렸던 투자심리를 발산하면서 강한 안도랠리를 펼쳤는데 11월 들어서는 대외 악재로 인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수 하단이 점차 상향할 것이라는 기대는 유효하다.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보다 완화됐고 트리플 약세(채권, 환율, 주식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는 현상)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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