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5거래일 만에 1900선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나 장 중 낙폭을 줄이며 1900선 근처까지 올라오는 데는 성공했다.
이날 코스피를 끌어내린 주요인은 또다시 불거진 '그리스발 잡음'이었다. 그리스 총리의 구제금융안 국민투표 제안 소식으로 유럽 위기가 재차 부각된 것. 이에 따라 글로벌 증시 급락했고 코스피도 갭하락 출발했으나, 장 중 실제 그리스 국민투표 시행과 무질서한 디폴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높아지며 불안감이 완화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돌발 악재'로 작용한 그리스 국민투표 문제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공산이 높으나, 그 과정에서의 진통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코스피는 당분간 제한적인 등락을 이어갈 것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금리에 지속적으로 눈길을 보내면서, 눈앞에 다가온 G20 정상회담 진행 과정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코스피가 조정을 받는다면 단기 매수로 대응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간밤 뉴욕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추가 부양책의 가능성을 언급한 데다 고용지표도 개선됐다. 다우존스지수는 1.53%, S&P 500은 1.61%, 나스닥은 1.27% 올랐다.
◆배성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돌발 악재로 작용한 그리스 국민투표는 복잡한 절차상의 단계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 3~4일 G20정상회담에서의 중국의 역할에 대한 점검이 중요하다. 유럽 지원과 관련 불투명한 스탠스를 유지할 것인지, 해결사 역할을 해주며 이번 위기의 진정을 유인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필요한 것.
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 동향 확인 역시 중요하다. 유럽연합 정상회담과 유럽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 또하나의 불안 요인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정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어닝시즌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점, 경기 모멘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이다. 새로운 모멘텀 확인 이전까지는 제한적 등락을 염두에 둔 대응을 해야겠다. 경기선(120일선, 1960)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중국의 통화정책 변화나 미국의 강한 고용·소비 회복,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공조 등 추가적인 모멘텀이 확보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방향성의 바로미터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주가 흐름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유연한 시장 대응(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대응 유리)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그리스 국민투표 실시안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금리가 유럽연합 정상회담 이후에도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랜드 플랜의 최종 목표는 그리스가 갚을 수 있는 정도의 채무탕감과 금융권의 자본확충, 그리고 유럽재정안정기금 레버리지 도입을 통한 이탈리아·스페인으로의 확산 차단이다. 따라서 시장이 안정됐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금리 하락이 반드시 나타나야 한다.
당분간은 코스피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박스권의 상단과 하단은 이전보다 상승했다는 판단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11월 코스피 밴드 하단은 1800선 초반이다. 만약 시장이 기대했던 정도의 정책이 마련되지 않아 하락 압력을 받는다면 이를 이용한 단기 매수 전략이 계속해서 유효할 것이다.
실적 모멘텀이 가장 우수한 자동차 업종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유효하다. 자유무역협정(FTA)이 통과될 경우 자동차 부품주 역시 단기적인 탄력이 예상된다. 아몰레드(AMOLED) 성장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장비·소재주와 내수주 중에서도 성장성이 기대되는 게임과 미디어, 중국의 긴축 중단과 정책 변환시 수혜가 가능한 중국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홈쇼핑과 의류, 절대적인 밸류에이션이 낮거나 높은 배당매력을 가지고 있는 은행, 정유, 통신 등 일부 유틸리티도 관심의 대상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그리스발 진통과정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국민투표'를 대내적, 대외적인 협상카드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투표가 무산돼 지난달 27일의 유럽 합의안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긍정적 예상과 국민투표가 실시될 때까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중립적 예상을 기본으로 가져가고자 한다.
그러나 두 시나리오 모두 진통은 불가피하다. 낙관적 시나리오가 전개된다고 해도 경기둔화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고, 중립적 시나리오도 국민투표 전까지 유럽 은행 자금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립적인 시나리오가 전개되더라도 금융시장은 자주 출렁거릴 것이고 순간순간 시장 상황 판단을 위해 주요 지표들을 면밀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정인지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 이번 주 코스피는 조정을 받았지만 전일 장 중 저점이 돌파된 이전 고점대에서 형성됐고, 20일 이동평균선이 상승하는 가운데 지지대로 자리 잡아 상승 시도는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월봉상 현재 주가가 위치한 채널 상단선이 약 2000 수준에 존재하고, 주봉상으로 60주 이평선의 저항대가 1984에 존재해 추가로 상승하더라도 2000을 의미 있게 돌파하는 흐름이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20일 이평선을 웃도는 한 상승국면이 지속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이탈할 경우 최소한 60일 이평선까지의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업종별로는 대부분 업종지수가 기술적으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전기전자 업종이 추세선을 웃돌면서 상승하는 점과 운송장비 업종지수에서 자동차 관련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 일부 음식료 업종에 속한 종목들이 상승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전자 업종은 지속된 상승으로 인한 부담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운송장비 업종과 음식료 업종에 대해서 매수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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