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10월 한달 동안 순항하며 1900선 안착을 시도하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이 또 한번 대형 악재를 만났다. 유럽 재정위기의 중심에 있는 그리스가 구제금융안 국민투표 실시 여부를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재차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간밤 미국과 유럽 증시도 '그리스 폭탄'을 맞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JP모간이 6%가까이 급락하면서 다우 지수가 2.5% 빠졌고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2.8%, 2.9% 하락했다. 장 초반 그리스 구제금융과 관련한 잡음이 표출되면서 지수를 끌어 내렸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지난 주 유로존 정상들이 모여 합의한 구제금융안을 수용할 지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여타 유럽 국가들은 '그리스는 오는 2020년까지 국가부채를 GDP의 120% 수준까지 낮추기로 한 합의안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그리스를 압박하고 나선 것.
긴축안에 대한 민심악화에 직면해 있던 그리스 수장이 도박에 가까운 제안을 내놓자 유럽 금융시장도 출렁였다.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며 이탈리아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6.30%까지 치솟았고(가격 하락) 영국(-2.21%), 프랑스(-5.38%), 독일(-4.99%)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2일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발 악재가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주에 예정되어 있는 주요 이벤트를 주목하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그리스 총리의 국민투표 발언 이후 그리스가 무질서한 디폴트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금융시장이 재차 휘청이고 있다. 여전히 그리스발 유로존 재정위기는 진행형이며 폭발성이 높은 사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리스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총리 제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고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EU 정상들이 그리스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실제 국민투표가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오히려 이번 그리스 사건을 계기로 정체 양상을 보이 고 있는 EU 정상들의 지난 정상회의 합의안에 대한 구체적 일정이 나온다면 유로존 우려가 반전될 수도 있다.
10월 중국 제조업 PMI가 3개월 만에 하락 반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 10월 ISM제조업 지수도 예상 외로 하락했다. 경기 침체 우려에서는 벗어났지만 회복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기는 시기상조다. 이번 주에 예정된 G20 정상회의 등 이벤트의 결과가 중요하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기업 실적 추정치의 하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밸류에이션에 기반한 종목 선정을 피할 것을 권한다. 지난달 저평가-가치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는 9월에 약세를 보인데 따른 반작용에 불과하며 추세전환의 신호로 판단하지 않는다. 실제 MSCI 코리아의 내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8월 0.5%, 9월 0.6%, 10월 1.1% 하향 조정됐다. 한번 형성된 추정실적 하향세가 반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에 주당순이익(EPS) 예상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종목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평가-가치주의 본격적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신뢰도가 가장 높은 유형이다. 현대상사, 삼성전자, 영원무역 등이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 최근 1개월 동안 EPS 상향폭이 큰 종목들이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글로벌 경기 모멘텀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서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내년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7%로 3개월 동안 0.6%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기업 실적도 3분기 이후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8월1일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는 종목들 가운데 내년 실적 기준 주가수익배율(PEF) 및 주가순자산배율(PBR)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평균 수준을 밑도는 업종들을 추려봤다. 장기간 소외되어 있었던 은행과 정유 업종이 대거 포함됐고 삼성화재, 셀트리온, 현대하이스코, 한국금융지주 등도 해당된다. 이들 주식은 8월1일 이후 내년 실적 전망이 오히려 상향 조정된 종목들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유럽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포괄적 대책들이 이행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불거져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강한 하락추세에 의한 조정으로 보기 보다는 단기적 쉬어가기로 판단, 점진적 비중확대 기회로 삼는 것이 좋겠다. 기술적으로도 60일 이동평균선과 전고점(1869)을 넘어 강세 신호가 강화됐다. 단지 위에 포진한 저항선들의 부담으로 탄력적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이다. 실적이 양호한 보험, 자동차와 가격매력이 높은 정유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국시간으로 3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FOMC에서 3차 양적완화 가능성이 언급되거나 ECB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등 예상을 벗어난 긴축완화 정책들이 발표된다면 정상회담 이후 재차 불거지고 있는 불협화음을 잠재울 호재가 될 수 있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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