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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리플리>, 남자 덕만 보려는 여주인공을 응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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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리플리>, 남자 덕만 보려는 여주인공을 응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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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리플리> 5회 MBC 밤 9시 55분
<미스 리플리> 속 인물과 사건들은 매번 장미리(이다해) 앞에서 쉽게 무력해진다. 학력위조 의혹이라는 도덕적 흠결을 이유로 몬도 그룹 본부장인 송유현(박유천)은 장명훈(김승우)에게 인수를 재고하겠다고 말했고, 호텔 a는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그러나 스스로 전직원들의 학력을 검증하겠다고 나섰던 장명훈은, 이 중요한 순간에 동경대로부터 온 팩스조차 제대로 챙기지 않아 장미리에게 또다시 위기모면의 기회를 제공한다. 공문서위조 방조죄로 경찰서까지 다녀오고, 건축 설계 공모입상까지 취소되는 아픔을 겪은 문희주(강혜정)는 “내 인생이 어땠는지 넌 모른다”며 졸업증명서 위조사실을 고백하는 장미리에게 “나 때문에 망가졌던 시간이 그걸로 보상이 됐으면 됐다”고 말한다. 마치 작품과 극중 인물 모두 장미리에게 지나친 동정심을 발휘하여 그녀의 삶을 구원하려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장미리를 중심으로 도는 이 가상의 우주에서 정작 장미리 본인은 빛을 내는 항성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는 능력 있는 남자를 통해 빛나려는 행성에 가깝다. “(내가) 몬도 기획실에서 일하면 어떻겠냐”고 묻는 문희주에게 장미리는 “니가 어떻게 거기서 일을 해. 어떤 곳인 줄 알긴 하냐”며 면박을 주지만, 장미리야 말로 일본어 외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별다른 능력도, 욕심도 드러내지 않는다. “더 높은” 삶을 꿈꾸지만 자신이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곧 호텔 a의 사장이 될 장명훈, 그리고 예고편에서 보여 진 것처럼 몬도 그룹 후계자 송유현을 사로잡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이는 “남잔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그녀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독립된 인간으로 성공하고 싶은 욕망도, 그에 걸맞은 능력도 없는 장미리의 이야기는 신데렐라 이야기의 또 다른 변주에 그칠 수 있기에 더욱 위험하다. <미스 리플리>는 본인의 세계를 책임지기에도 힘든 인물에게, 작품 세계 전체를 의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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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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