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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친구여, 제발 그쳐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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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친구여, 제발 그쳐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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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바쁜 한 주였습니다. 슬픔과 놀람이 이어지는 충격 속에 갇혀 한 주를 지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명을 달리했고 북한은 2년7개월 만에 또 핵실험을 강행했기 때문입니다.
외신들은 연일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뉴스를 타전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지구촌의 시선이 지금 한반도에 쏠려 있습니다.
잇따라 터진 초대형 악재 때문에 출렁거릴 것으로 예견됐던 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은 생각과는 달리 담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핵과 미사일을 외국인들과 개미가 요격했다는 한 신문의 헤드라인에 유난히 시선이 고정되는 것은 이젠 ‘큰 뉴스’에 면역이 생긴 때문일까요?


한반도가 이처럼 지구촌 뉴스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동안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노익장이 있습니다.
폴란드 출신의 작곡가인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바로 그입니다. 그의 나이는 현재 76세입니다. 연륜이 말해주듯 그는 이 시대의 마지막 거장, 현존하는 최고의 작곡가로 존경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시대의 아픔과 고통을 작품 속에 잘 담아내고 있다는 이유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한국, 한국인에 대한 관심은 대단합니다. 생각 이상으로 그는 한국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음악인으로 평가받는 그의 입에서 거침없이 ‘한국=영감을 주는 나라’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그의 마음속에는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깊이 박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1991년 한국정부로부터 광복 50주년 기념작품을 의뢰받았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교향곡 5번 ‘한국(KOREA)’입니다. 그는 이 곡을 만들면서 녹두장군 전봉준을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전주고부 녹두새야
어서 바삐 날아가라 댓잎 솔잎 푸르다고
하절인줄 알았더니 백설이 펄펄 엄동설한 되었구나>

100여년 전 근대사회의 여명을 밝히고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국의 농민들은 치열한 투쟁을 벌였습니다. 그때 불려졌던 민요가 바로 이 ‘새야 새야 파랑새야’ 입니다.
그가 작곡한 교향곡 5번은 농민 투쟁에 앞장섰던 녹두장군 전봉준을 떠올리며 장안에서 불려져 내려오던 이 민요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것이라고 합니다.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영감을 주는 나라로 표현한 뜻을 알 것 같습니다.


그는 제1회 서울국제음악제에 참석, 자신의 교향곡을 직접 지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습니다. 오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살아있는 전설’ 공연에서 직접 지휘봉을 잡아 교향곡 8번 ‘덧없음의 노래’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고 합니다.
이 교향곡이 헤르만 헤세의 시 ‘덧없음’ 등 독일시를 토대로 만들어진 칸타타풍의 장엄한 교향곡이라니 더욱더 관심이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평생의 동반자였던 남편을 떠나보내며 “편안하게 가세요. 극락왕생하세요”했다는 슬픈 소식을 접하면서 그가 작품속에 새긴 ‘덧없음’의 의미가 더욱 되새겨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한국에서 발표할 교향곡 8번 ‘덧없음의 노래’에 녹여 넣었다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세계는 독특합니다.
헤르만 헤세. 그는 시인이자 소설가입니다. 그는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받을 만큼 세계문학사에 영원히 남을 인물입니다.
그의 생애는 처음부터 남달랐습니다. 어려운 국가시험을 거쳐 목사가 되기 위해 들어간 곳이 마울브론 신학교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채 반년도 되지 않아 그곳을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리고 신경쇠약에 걸리고 자살 미수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결국은 슈테텐의 정신병원에 보내지기도 했습니다.
16세로 종지부를 찍은 학력 때문에 제대로 취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시계공장의 점원, 출판조합의 조수 등 다양한 인생편력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헤세는 모국에 대한 의무감 때문에 입대를 지원합니다. 그러나 그는 입대를 거절당합니다. 그래서 그는 베른의 포로수용소에서 일을 합니다. 그는 전쟁에 대한 분노를 이렇게 글로 썼습니다.


<친구여, 제발 그쳐다오.
증오보다는 사랑이
전쟁보다는 평화가 아름답다.>


이 글을 통해 그는 인류애와 이성을 다시 회복할 것을 호소했습니다. ‘죽음’을 사랑한 시인 헤르만 헤세. 그는 “우리가 사는 것은 죽음을 두려워하다가 죽음을 사랑하게 되기 위해서”라는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올 것이다.
사랑하는 형제인 죽음이여...
오라, 사랑하는 죽음이여, 나는 여기에 있다.
와서 나를 잡아라.
나는 너의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헤르만 헤세, 그리고 헤르만 헤세의 작품세계에서 영감을 받아 현존하는 최고의 작곡가가 된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를 떠올리며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이 되새겨지는 아침입니다.
왜곡된 역사는 우리를 왜곡된 미래로 끌고 간다는 E.H.Carr의 역사인식을 떠올리며 이제는 우리 모두가 ‘친구여, 제발 분열과 갈등을 끝내자’는 말을 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면 어떨까요?
이 시대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헤르만 헤세 부분은 KABBU라는 필명으로 네이버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의 글을 참고했습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이코노믹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nomy.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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