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월요일 아침입니다. 경우에 따라 정치적 입장이 다르더라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날 이후 윤동주 시인이 쓴 ‘서시’가 머릿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시인이 자기 응시의 독백 형식으로 쓴 이 시는 순수성을 지키고 이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목숨까지 기꺼이 불사르겠다는 의지를 암시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치열한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그러한 삶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입니다.
‘바보 노무현’은 아마도 윤동주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헤아렸을 것 같습니다. 그분은 죽음도 삶도 모두 자연의 일부분이라며 인간의 영원한 고향인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그렇게도 바랐건만, 그 숭고한 가치가 무너지자 주어진 길을 걸어간 것입니다. 죽음은 단지 한 순간의 고통이지만 삶은 기나긴 고통이었던 것일까요.
그분에겐 죽음도 승부수였습니다. 인생 고비 고비마다 승부수를 던졌듯 삶의 마지막에도 승부수를 던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승부수가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우리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남긴 유서에는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 없다’며 살아있는 것에 대한 괴로움을 전했지만 단지 삶이 괴로워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건 아닐 것입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라도 당신이 추구했던 가치를 가치 있게 만들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분에겐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기 때문입니다.
입장에 따라 그분에 대해 생각하는 공과(功過)가 다를 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 지역갈등과 같은 이 시대의 고질적인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 고집스러울 정도로 노력했던 점은 높이 받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분이 지향했던 가치가 역사의 발전을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었고, 실제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했기 때문입니다.
먼 세월이 지난 후 봉화마을 뒷산 부엉이바위에는 어떤 푯말이 붙어있을까요. 그리고 마을의 조그마한 비석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을까요. 아마 그분은 어떤 푯말이 붙을지, 어떤 내용이 적힐지 미리 예상했을지도 모릅니다.
역사가 가르쳐주는 상상력을 동원해서 여러분 스스로 푯말과 비문(碑文)을 작성해보십시오. 그리고 더 나아가 나의 비문에는 어떤 내용을 적을까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증오와 분열보다는 한국사회가 화합과 발전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코노믹리뷰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