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서 지배력 확대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반도체·양자컴퓨터·바이오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대중(對中)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이 배터리 원재료 공급망에서 중국에 비해 크게 취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중국이 전기차, 스마트폰, 노트북에 흔히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미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중국의 지배력 강화는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동안 지정학적 갈등의 새로운 인화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배터리 핵심 원료가 되는 '광물 이권'을 가져가면서 20세기 산유국들이 강대국들로부터 석유 이권을 되찾는 역사가 광물 분야에서 재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의 중국 생산 비율은 리튬(58%), 니켈(35%), 코발트(65%), 망간(71%) 등으로 절대적이다.
콜로라도 광산대학 부설 페인공공정책연구소 소장이자 전 세계은행 수석 에너지 전문가인 모건 바질리안은 "중국은 거의 모든 주요 광물 공급망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강화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배터리 분야에서) 일종의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유럽과 북미 전역에 걸쳐 국제적인 확장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도 중국 지배력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중국 CATL는 독일에 첫 해외 생산 기지를 세우고 지난해 말 가동에 들어갔다. 내수만으로도 세계 1위를 달성한 CATL은 독일을 시작으로 헝가리와 미국 등지에서 신규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을 담당하는 중국 시장뿐 아니라 급성장하는 유럽과 북미 시장으로도 뻗어가겠다는 것이다. 내수 붐에 해외 확장 효과가 더해지면서 중국 상위 2개 배터리 업체인 CATL와 비야디(BYD)의 합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최근 50%를 돌파했다.
니켈, 리튬 같은 원자재 부족과 높아진 가격 탓에 폭스바겐, 볼보 같은 유럽향 수요가 값싼 중국에 몰리고 있는 것도 중국의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바질리안 소장은 "중국산 배터리의 지배력 확대는 중국 정부가 에너지와 국방의 핵심인 광물과 금속을 전략 자원화 해 공급망 전반에 대한 수십년의 투자를 이어온 결과"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