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가 대비 하락거래 비중 67.1%… 급매물만 팔려
월 거래량 1000건 이하 이어져… 사상 최초
양극화도 심화… 강남·서초 등 ‘똘똘한 한 채’ 나홀로 상승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서울 아파트의 하락거래 비중이 지난달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선 이후 규제완화 기대감에 일부 지역에서 가격이 상승 전환하는 등 분위기도 관찰되고 있지만, 전체 시장에선 매물이 쌓이며 급매물 중심으로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6일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수도권 지역 아파트 실거래가 동향에 따르면, 대선 직후인 지난달 10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아파트의 전고가 대비 하락거래 비중은 67.1%로 전월(62.5%)보다 확대됐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10건 중 7건이 기존에 가장 높았던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됐다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하락거래 비중은 지난 9월 35.1%를 기록한 이후 40.5%→46.1%→54.5%→57.5%→62.5%로 반년 째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극심한 거래절벽 현상 속에서 가격을 낮춰서라도 급매를 성사시키려는 집주인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지난 2월과 3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각각 803건·811건으로 나타났다. 1년 전(3841건·3762건)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신고기한이 계약일로부터 30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량이 다소 늘 수 있지만 서울시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월별 거래량이 1000건을 넘지 않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매물도 쌓이는 추세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총 5만2815건으로 올 들어 7617건 증가했다. 이는 2020년 8월 이후 2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하락거래가 늘면서 전체적인 집값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월 넷째 주부터 10주 연속 하락했다. 해당 기간 총 0.16% 하락한 셈이다.
하락거래 느는데… 재건축·‘똘똘한 한채’는 나홀로 상승
다만 지역과 주택 유형별로 양극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김 의원실이 대선 직후(3월 10일~28일)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상위 10곳을 분석한 결과 해당 단지들의 평균 집값은 32억1900만원으로 직전 최고가 대비 6억8600만원 올랐다. 이들 중 6곳이 강남·서초에 위치했다. 신현대11차·개포우성1단지 같은 재건축 단지나 아크로리버파크 등 고가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반면 이에 해당하지 않는 지역이나 일반 아파트 단지에서는 하락거래가 여전하다. 실제로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59㎡는 지난달 9일 11억1000만원에 실거래되며 이전 최고가인 15억3000만원보다 4억2000만원 낮은 가격에 팔렸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e편한세상신촌1단지 59㎡는 지난해 7월 15억100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지난달 2일에는 14억원에 손바뀜됐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규제완화 등 공약이 실제 정책에 적용된 시점이 아니다 보니 시장에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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