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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이창용 "부동산 불패 계속될 거란 생각, 다시 고민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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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방송기자초청 토론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집값 전망에 대해 과거와 같은 상승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신중하게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1~2월에 집값 하락 속도가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연착륙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7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에서 '자녀들이 대출로 집을 사려 한다면 어떤 조언을 주겠나'라는 질문에 "부동산은 불패라서 투자하면 성공한다는 견해가 잡혀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지금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과거 트렌드가 미래에 계속될 거라는 생각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의 금리인사 시점에 대해선 "시기상조"라고 말하며 "장기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가서 금리인하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기준금리를 더 올리느냐, 아니면 유지하느냐 고민해야 할 상황이지 금리 인하를 검토할 때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챗GPT 기술에 대해선 '게임체인저'라고 평가했다. 그는 "챗GPT가 전세계적으로 퍼지면 영어 문서로 돼 있는 정보가 마치 진실인 것처럼 될 수 있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을 영어로 써서 올려야 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문일답]이창용 "부동산 불패 계속될 거란 생각, 다시 고민해봐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7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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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만에 기준금리 인상이 멈췄다. 이를 두고 이제는 물가보다는 경기침체를 막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데 동의하시나.

▲이번에 금리를 3.5%에서 동결한 건 두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지난 1년반 동안 3%포인트 정도 금리가 올라간 것이 우리 물가 경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점검할 때 됐다고 생각했다. 저희 예상으로는 2월 물가가 4.8%로 떨어졌고, 3월 이후로는 4.5% 이하로 기대하고, 연말에는 3% 초반으로 본다. 두번째는 미국 통화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경기회복,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상황 등 여러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전개되는지 보고 금리를 올릴지, 그대로 있을지 결정하자는 게 금통위원들의 중론이었다. 경기를 걱정했으면 (금리를) 내리는 걸 이야기했을 텐데 지금은 더 올리느냐, 서느냐는 상황이니 경기보다는 물가를 우선으로 하고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를 했다고 보시면 된다.


-미국이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이 되는 가운데 동결을 하니까 경기회복에 무게를 싣는 정부 정책에 밀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정부가 경기를 살리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면 압박감을 느끼시지 않을까.

▲정부와 한은의 정책 방향이 다르다고 생각 안 한다. 한은과 정부는 물가상승률이 아직도 5%에 가깝기 때문에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경제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한은과 정부 사이 역사적인 배경이 있으니 가급적 만나지 않는 게 한은의 독립성에 좋지 않냐라고 말하지만, 전 해외에 있으면서 중앙은행과 정부가 정책 논의를 같이 하는걸 여러번 봤다. 정부와 경제 정책을 논의하고, 장단점을 점검하면서 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리인상의 후폭풍으로 우리나라 경기가 바닥을 치는 시기는 언제로 보나.

▲현재 저희 생각으로는 올해 1.6% 성장한다고 전망할 때 상반기는 1.1% 정도, 하반기는 2%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는 트렌드가 상반기까지는 계속되고 3분기부터는 반등하지 않을까 본다. 그렇지만 그 반등이 우리 잠재성장률이라고 생각하는 2%보다 높은 수준으로 급하게 반등하는 것은 아니고 천천히 반등할 것으로 본다.


-물가가 어느정도 수준까지 도달하면 금리인하를 논의할 수 있나.

▲지금 상황은 금리인하 시기를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다. 물가가 아직 4% 후반이다. 금년 말까지 3%대 물가 수준으로 수렴하는지를 볼때까지는 금리를 올릴 것이냐, 유지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장기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가서 금리인하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곧 역대 최대인 1.5%포인트 이상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리차로 인한 외환시장 동향은 한은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인가.

▲경제 이론으로 보면 금리차 자체는 환율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금리 격차 자체가 환율 움직임을 결정한다기보다는 지금은 달러 강세가 얼마나 지속되는지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지금은 미국 통화정책이 불확실한 상황인데, 금리를 올리더라도 그렇게 빨리 올리겠냐는 생각이 많다. 다만 금리격차가 너무 커졌을 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쏠림현상이 생기면 저희가 대응을 할 것이다.


[일문일답]이창용 "부동산 불패 계속될 거란 생각, 다시 고민해봐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국 금리의 정점이 언제, 어느정도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보나.

▲저도 내일 모레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의회에서 어떤 발언을 할 지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시장에선 1월 전까지만 해도 최종금리가 5% 수준이 되지 않겠나 전망했는데 지금은 5.25~5.5%까지는 그냥 받아들이는 것 같고 어떤 시장참가자들은 그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본다. 불확실성이 크다.


-우리 기준금리 정점은 언제 정도로 보나.

▲지난번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을 할 때는 금통위원 여섯분 중 다섯분이 3.75%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놓자고 했다. 3개월 뒤 어떻게 할지는 금통위 대부분 의견이 앞으로 나오는 주요국의 금리결정과 데이터를 보면서 결정하자는 것이다. 최종금리에 관해선 다음 금통위 때 더 논의해봐야 한다.


-정부가 올해 경기를 '상저하고'로 전망했다. 미국이 '빅스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공공요금 인상도 하반기로 미뤄졌다. 국민에게 하반기 경기가 살아난다는 낙관론을 제시하는게 맞다고 보시나.

▲오히려 지난해 12월에 비해선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아졌다.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릴게 되는 논쟁이 있게 된 건 미국 경기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가 더 올라가면 우리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이 크겠지만 우리 수출이나 실물경기에 주는 영향은 긍정적이다. 또 중국의 성장률이 높아지는 것도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에게 플러스 요인이다. 유럽도 생각보다 좋다. 저희가 예측하는 올해 1.6% 성장률이 하방 위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방 위험도 있다.


-중국이 밝힌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5% 안팎으로 떨어졌다. 1994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중국이 저성장으로 방향을 잡으면 우리 경제도 타격 클 수밖에 없다.

▲지난 십여년간 중국 특수를 통해 저희가 많은 성장 동력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 경쟁력이 많이 올라와 있고, 미중 갈등도 있다. 중국 경제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예전 같지 못할 거다. 중국에 너무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 중국 경제 회복이 우리 경제를 완전히 회복시킬 순 없다. 그렇지만 중국 경제가 지난해 3% 성장에서 올해 5% 성장하는건 한국 경제에 긍정적이다.


-지난달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3일 만에 원·달러 환율이 2% 가까이 오르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현재 환율 흐름 어떻게 평가하나.

▲기준금리 결정 이후 1230~40원하던 환율이 1300원 이상으로 올라가 금리 동결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저희가 환율도 잡고, 금리도 잡고, 외환보유고도 유지하고, 모든 것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리고 지난 금리 동결 이후 환율이 변한 것은 미국의 통화정책 기대가 급격히 변하면서 강달러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뒤에 조금 떨어진 건 중국 경제 오픈 영향이다. 지금 환율도 우려 할 정도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수출, 특히 반도체 경기가 안좋으면 문제인데 극복 방안이 있나.

▲현재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 중국간 긴장 관계, '칩4 동맹' 등이 연관돼 있어서 순수한 경제 문제라기보다는 정치 문제도 결합돼 있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수출) 물량은 줄지 않았는데 가격이 45% 정도 떨어졌다. 1월에는 물량도 줄고 가격도 9% 정도 떨어졌다. 반도체 경기는 아직도 하락 추세다. 전문가들은 올해 3분기 이후로는 회복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 같다.


-금융 전문가로서 은행 과점 체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시나.

▲은행 산업은 면허를 받는 산업이니 과점 체제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막는 것은 당연하다. 예대율을 공개하는 데 정부가 개입하고, 이윤을 (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대신 안정을 위해 출자하도록 조치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은행 산업 발전이나 민간 중심으로 가는걸 너무 저해하지 않는 방향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사실상 부동산 규제를 대부분 풀었다. 그럼에도 집값은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금 우리나라 집값 수준이 적정 수준인지, 아니면 더 떨어야 한다고 보시는지.

▲우선 집값은 어느 지역이냐 따라 천차만별이라 어렵다. 다만 집값이 급격하게 떨어지면 금융 안정에 저해가 될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집값이 40% 정도 올랐는데 지난 한해 19~20% 떨어졌고, 올해도 고금리 영향으로 조정 국면이다. 다행이 1~2월에 떨어지는 속도가 조금 완화돼서 연착륙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다.


-집값은 40% 올라갔던 것을 다 반납할 정도로, 즉 2017~2018년 수준으로 떨어져야 정상화 된 것인가.

▲아니다. 서울이냐 지방이냐 편차가 크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얼마를 타깃할 생각은 없다.


[일문일답]이창용 "부동산 불패 계속될 거란 생각, 다시 고민해봐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가계부채 문제는 어떻게 보시나.

▲매우 중요한 문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주로 부동산 담보를 갖고 있고, 역사적으로 연체율도 낮아서 관리 가능하다는게 일반적인 견해인데, 맞는 이야기다. 다만 연체율이 낮은건 코로나19 시기가 지나면서 대출 만기를 연장해준 영향도 크다. 높은 가계부채 때문에 가계 소비가 제약돼 가뜩이나 낮아지는 성장 잠재력을 더 낮출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 가계대출을 더 증가하지 않게 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집값의 절반을 대출 받아서 서울에 집 사려고 한다. 만약 자녀 분이라면 어떤 조언해주겠나.

▲우리나라가 부동산 대마불사, 불패라서 투자하면 성공한다는 견해가 잡혀 있어 재테크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부동산 외에 다른 투자 대상이 많지 않았던 우리나라 상황이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지금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과거 트렌드가 미래에 계속될 거라는 생각은 고민해봐야 한다. 특히 이자율을 고려할 때 젊은 사람들이 자기 능력에 맞는 고민을 하고, 신중하게 자산 운용을 하는 걸 권해드리고 싶다.


-투자 대안으로 가상화폐 투자 관심이 많다. 총재님은 (광풍이 불 때) 가상화폐 투자를 했나.

▲전 가상화폐 투자 하지 않았다. 투자 대상으로 봐선 위험이 있다. 전국민의 16% 정도가 가상화폐 계좌를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우려가 크다. 다만 가상화폐 기술로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가능성은 열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챗GPT에 국민적 관심이 많다. 한은은 기술진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영어로 이야기 하면 게임체인저다. 저도 놀랐다. 앞으로 계속 빨리 발전할테니 무시할 수 없는 기술이다. 한은 망에서 이걸 어떻게 이용해 업무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챗GPT가 전세계적으로 퍼지면 영어 문서로 돼 있는 정보가 마치 진실인 것처럼 될 수 있다. 우리 문서는 영어로 번역이 덜 돼 우리와 반대 생각이 지배적이게 될 수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을 영어로 써야 하는 게 중요한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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