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부진에 유동성 우려 확대
그룹 전체 위기설까지 초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속도 낼 듯
롯데그룹이 화학 사업군 재편을 위해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실적 부진이 그룹 전체 위기설로 이어지자 최고경영자(CEO) 10명을 교체하며 전면적 쇄신에 나섰다.
28일 롯데그룹은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총 13명의 화학군 CEO 중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C USA의 대표를 제외한 10명을 전격으로 교체했다. 화학군 임원의 퇴임률은 30%로 그룹 내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60대 이상 임원의 80%가 물러나는 등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이 이뤄졌다.
롯데 관계자는 "화학군의 대대적인 쇄신을 위한 인사 조치"라며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경영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성과에 엄중한 책임을 묻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규모 인사의 배경에는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화학군의 실적 부진이 자리한다. 석유화학 업황 침체, 중국발 공급 과잉 등 악재가 겹치면서 롯데케미칼은 2022년부터 올 3분기까지 약 1조770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에만 4135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시장 기대치보다 대폭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이에 지난 3월 취임해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았던 이훈기 사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부진이 길어지자 유동성 위기까지 찾아왔다.
롯데케미칼은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것. 지난 9월 말 기준 3개년 누적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5배 이상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그룹의 주요 현금 창출원이었던 롯데케미칼의 부진은 그룹 전체로 위기감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롯데그룹은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는 등 유동성 우려 불식에 나섰다.
한편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게 된 이영준 사장은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를 겸임해 기초화학 중심 사업을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중심 사업구조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이번 인사로 황민재 화학군HQ 기술전략본부장(전무)이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를 맡고, 정승원 롯데이네오스화학 대표이사(전무)가 부사장으로 올라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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