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주사전자현미경 속 블러(blur) 복원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블러는 주사전자현미경 등에서 나타나는 흐려진 영상을 말한다.
KAIST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장무석 교수 연구팀이 삼성전자 DS부문 반도체연구소 차세대공정개발실과 공동연구로 왜곡 및 강한 잡음이 존재하는 의료·산업 영상을 복원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통상 스마트폰 카메라 사진에 영상의 흐림·왜곡이 생겼을 때 보정해야 하는 문제를 디컨볼루션(deconvolution) 또는 디블러링(deblurring), 흐려진 영상 정보만 이용해 선명한 영상을 복원하는 기술은 블라인드 디컨볼루션(blind deconvolution)이라고 한다. 이중 디컨볼루션 문제는 일상뿐만 아니라 생물학 연구, 반도체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한다.
예컨대 형광 현미경은 세포와 분자 수준의 미세 구조를 시각화하기 때문에 측정된 형광 신호는 산란이나 회절, 수차 등 효과로 흐려져 디컨볼루션 기법으로 보정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또 반도체 산업에서는 수천 개 생산 공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검사·계측 기술로 발생할 수 있는 미세 공정 오류를 감지하고, 공정 수율 개선을 위한 프로세스 개선 과정에 주사전자현미경을 사용하게 되는데 전자빔의 불안정성으로 영상이 흐려지기 쉬워 이를 보정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공동연구팀은 이처럼 영상이 흐려지는 데는 움직임, 빛의 산란, 전자의 불안정성 등 여러 원인이 작용하지만, 공통적으로 ‘영상의 흐려짐을 없앤다’는 전제 안에서는 수학적으로 동일한 접근 방법이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잡음 수준이 높은 영상의 경우 잡음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블러 효과를 제거한 선명한 영상을 복원하는 과정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위너 디컨볼루션(Wiener deconvolution)’ 기반의 영상 복원 접근법을 개발했다.
위너 디컨볼루션은 왜곡된 영상을 역 필터(inverse filter) 기반으로 복원하는 전통적 방식이다. 이를 적응형 잡음 억제 변수, 영상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과 결합해 영상 복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억제하고 영상 선명도를 높인 것이 공동연구팀의 연구 성과다.
공동연구팀은 잡음 민감도가 높은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측정한 왜곡된 영상에서 깨끗하고 초점이 맞는 나노미터 단위의 반도체 구조 영상을 성공적으로 복원함으로써, 개발한 기술을 반도체 검사·계측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이찬석 연구원(박사과정)은 “이번 연구로 강한 잡음 속에서 왜곡된 영상을 복원하는 난제를 해결했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무작위적 잡음을 극복하는 영상 복원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면, 추후 연구에서는 비균일 영상 복원과 다양한 손상 형태를 극복하는 영상 복원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찬석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지난달 1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제18회 유럽 컴퓨터 비전 학회’에서 발표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