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는 中 e커머스 수요
"올해는 항공화물 비수기 없을 것"
항공화물 운임이 전통적으로 비수기로 여겨졌던 여름철에도 하락하지 않고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중국발 e커머스 물량이 여전히 꾸준해, 항공화물 시장에서 초과 수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홍콩 TAC인덱스가 발표한 세계 항공화물 운임 동향에 따르면 발틱항공운임지수(BAI00)는 지난 16일 기준 2176.00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 22일의 1853.00과 비교해 17% 이상 상승한 수치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화물 비수기인 8월에도 운임이 연저점을 찍기보다는 5.6% 상승하는 등 이례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이는 7월 이후 32% 이상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해상운임과는 대조적이다.
해상운임이 예년보다 급등하고, 홍해 사태로 인해 운송이 지연되면서 항공화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선 항공화물 실적은 34만992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으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월의 33만8569t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중국발 e커머스 물량이 여전히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 화물시장 분석업체 제네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중국발 e커머스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국내 항공화물 실적에서도 이와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으며, 특히 중국 등에서 해상으로 출발해 한국에서 항공화물로 환적된 물량이 급증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해상-항공 복합운송 물량은 3만1644t으로 전분기 대비 64.2% 증가했으며, 이 중 99.6%가 중국에서 출발한 물량이었다.
제네타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해 반도체 관련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도 항공화물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홍해 사태로 해운 물류 정체가 우려되자, 반도체 공장 증설에 필요한 물자 등이 항공화물로 몰린 것이다.
이러한 수요 강세가 당분간 계속되면서, 올해는 항공화물 시장에서 비수기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크리스마스 등으로 물량이 집중되는 연말에는 항공화물 운임이 더욱 급격하게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나이얼 반데 바우 제네타 항공화물 최고 책임자는 "수요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 달하고, 운임도 가파르게 오르면서 올해 여름에는 항공화물 비수기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대(對) 중국 규제도 알리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수요를 억누를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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