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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돌아 '실수요자'…"무주택자여야" VS "혼란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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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 10일 은행장들과 실수요자 대책 논의

돌고돌아 '실수요자'…"무주택자여야" VS "혼란만 가중"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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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금융권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에 관해 "실수요자 대출의 제약이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내주 열릴 은행장 간담회에서 나올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금융권에서 시행 중인 유주택자 대출 제한 정책 방향도 다듬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가계대출 실수요자·전문가 현장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마다 상품 운용이 들쭉날쭉해 실수요자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주 중 은행장들과 만나 중지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과 은행장 간담회는 오는 10일로 정해졌다.


당국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유주택자 대출 제한' 내놓은 금융권

금융권에서 무주택자에만 주담대나 전세대출을 허용해주기로 한 건 당국이 지난달 25일 은행권의 금리 인상을 비판하면서부터다. 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제2금융권 주담대 금리가 은행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자, 이 금감원장은 “최근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에 금융사들은 금리가 아닌 만기·한도·자격 손질에 나섰다.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카카오뱅크, 삼성생명, KB국민은행, 케이뱅크 등이 1주택자 주담대 및 전세대출을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일 1주택자의 서울과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 목적의 대출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전세자금대출도 전 세대원 모두 무주택자일 경우에만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수요자 중심 가계부채 효율화 방안'을 오는 9일부터 시행한다. 이어 5일에는 KB국민은행도 오는 9일부터 1주택자의 서울·수도권 주담대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사와 갈아타기 등 기존 주택을 처분할 경우에는 대출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매도 계약서 및 계약금 수령 등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서울·수도권 지역의 주택구입자금대출도 최장 대출기간을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나아가 KB국민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도 연 소득 이내 범위에서만 내주기로 했다. 종래에는 연 소득의 120~130% 수준에서 신용대출이 가능했으나 이를 축소한 것이다. 아울러 다른 은행에서 빌린 신용대출도 한도에 포함하기로 했다.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카카오뱅크는 1주택 갈아타기 목적의 주담대도 금지하고 대출 만기 및 한도도 줄였다. 케이뱅크는 6일부터 생활안정자금 한도도 기존 10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했다.


실수요자 기준 어떻게…"우선 보호에 의미" vs "구분 자체가 혼란 가중"

다만 이 원장은 최근 일부 금융사들이 유주택자의 대출을 제한한 데 대해 당국과의 공감대는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실수요자에게는 제약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업계에서는 다음 주 간담회에서 대출 실수요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에 대출을 우선해줘야 한다는 건 늘 나왔던 당연한 이야기"라며 "이제는 은행마다 제각각인 실수요자의 기준을 당국이 명확하게는 어렵더라도 가이드라인 정도로 제시해줘야 금융소비자들의 혼란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실수요자를 어떻게 가려낼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정우현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실수요자와 투기수요자를 기술적으로 구분하는 대책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강화 조치 이전 이미 대출상담 또는 신청이 있었던 분들을 포함해 명확한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정도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1주택자의 경우에도 갈아타기 수요에 대해서는 주담대를 열어놓는 등 실수요자들에게 제약이 없게 하려고 최대한 세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실수요자와 투기수요자를 양분하려는 게 아니라, 명확히 증빙 가능한 실수요자에게 우선적으로 대출을 취급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초점이 계속 실수요자에 맞춰지면 혼란은 이어질 거라는 시각도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국이 취할 수 있는 대책으로는 대출 신청 단계에서 사전에 실수요를 정밀하게 스크리닝하는 방안 혹은 실수요자로 위장한 갭투자자에 대한 사후 페널티 부과 방안"이라면서 "다만 이러한 땜질식 처방은 정책적 일관성과 목표를 둘 다 놓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통해 개인의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받도록 하는 게 '정석'인 접근법이라는 제언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람 사정은 다 다르기 마련이라 '실수요자'를 가르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같은 지표로 자신의 상환 범위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게 하는 원칙을 확실히 세우고 그 예외가 되는 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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