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연금개혁특위 구성 제안했지만
민주당 "이율배반적 제안"
정부가 구조 개선을 포함한 연금개혁안을 내놓았지만 여야 간 갈등만 심화하고 있다.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4일 현행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를 각각 42%, 13%로 올리는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내놓은 건 2003년 이후 21년 만이다. 아울러 법 개정 없이 인구 구조, 물가상승률 등을 조건으로 연금액과 수령 연령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자동조정장치와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 등도 반영했다. 복지부는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만 고치는 모수개혁으로는 2072년까지 기금 소진 시점을 늘릴 수 있지만 자동조정장치 등 구조도 개선하면 최대 2088년까지 시점이 늦춰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안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21대 국회에서는 모수개혁 방식으로 소득대체율 44%, 보험료율 13%를 제시했지만 구조 개선까지 담고 있어서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연금특위 위원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21대 국회에서 논의됐던 모수개혁안에 더해 구조개혁안의 방향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며 "야당에서 주장하는 모수개혁만으로는 연금의 지속 가능성과 노후 소득 보장, 노인 빈곤 해소라는 공적연금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소득대체율이 후퇴했다는 지적에 "재정안정성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답했다.
반면 야권은 정부안이 실질적 소득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21대 국회 국민공론화위원회가 최종적으로 내놓은 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3%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것이다. 21대 국회의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였던 김성주 전 민주당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보험료율이 13%로 인상되면 매달 12만원을 더 내야 하는데 소득대체율이 42%가 되면 받는 연금은 6만원 인상에 불과하다"며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조 개선 역시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실질적으로 받는 연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자동조정장치는 인구 및 경제 여건을 자동적으로 반영해 연금 삭감을 유도하는 장치"라며 "자동조정장치로 인한 연금 삭감은 청년세대로 갈수록 커질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지금 상태라면 향후 정부 연금개혁안을 논의하는 기구조차 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연금특위를 출범해야 한다고 야당에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거부하고 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의 제안은 이율배반적"이라며 "21대 국회의 연금개혁특위에서 어렵게 합의한 것을 짓밟는 수준의 정부안을 내놓고 논의하기 위한 특위를 만들자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