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장 침체와 기업 사건 가뭄으로 대형로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파트너변호사를 내보내며 사실상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로펌도 있고, 법인카드 사용 등을 통제하며 ‘긴축’에 들어간 곳도 적지 않다.
A 대형로펌은 올해 일부 지분파트너(EP, Equity Partner)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선지급한 배당금 일부를 되돌려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로펌에선 최근 개국공신이라고 알려진 설립 초기 멤버들도 퇴사하면서 “영업 실적을 내지 못하면 개국공신도 내보내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A의 경영상황이 그만큼 어려워진 것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영상황이 어렵다는 대형로펌은 A 로펌만이 아니다. 다른 대형로펌들도 법인카드 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거나 인력을 감축하는 긴축 재정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B 로펌은 최근 “법인카드를 꼭 필요한 곳에만 쓰라”며 구성원들에게 법인카드 사용을 사실상 줄이라는 식으로 권고했다고 한다. 또 변호사와 직원들이 퇴사한 뒤 충원을 하지 않아 사실상 인력을 줄이는 곳도 있다.
대형로펌의 경영 상황이 어려워진 배경으로는 ‘기업 사건 가뭄’이 꼽힌다. 금리 인상 뒤 M&A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갔고, 검찰도 새 정부 출범 뒤 정치 사건에 주력하다 보니 굵직한 기업 사건이 줄고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대형로펌들이 앞다퉈 어쏘변호사의 연봉을 올리는 바람에 인건비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도 맞물렸다.
한 로펌 관계자는 “최근 대형로펌들이 일제히 어쏘변호사의 인건비를 크게 한 번 올렸던 적이 있다”며 “그 이후로 전체 인건비 지출이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로펌의 형사팀 변호사는 “요즘 변호사들끼리 만나면 ‘우리 로펌만 어렵나’, ‘우리 로펌만 기업 사건이 없는 거냐’라는 말을 자주 한다”며 “최근 로펌들이 앞다퉈 지출을 줄이려는 게 눈에 띄는 것을 보면 어려운 건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M&A 시장이 차츰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서, 하반기부터는 대형로펌들의 사건 경색이 풀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대형로펌 고위 관계자는 “물밑에서 이미 사건 수임을 활발히 하고 있다”며 “로펌 매출이 지난해보다 퇴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경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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