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80대가 50대 자녀 돌봐
청년 고립문제 장기화 땐
전 연령대서 부담 폭증할 것
청년실업 문제와 함께 은둔형 외톨이라 불리는 고립·은둔형 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최근 높아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두된 청년실업 문제는 2017년 9.8% 실업률로 고점을 찍고 이제는 다소 완화된 모습으로 작년 기준 5.9%에 이른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주변 모습과는 너무나 괴리가 있다. 실업률 산정에 제외된 비경제활동인구는 사실 2011년 약 308만명에서 올해 현재 무려 100만명이 증가한 406만명에 이른다. 고용의 질은 더욱 악화해 단순 임시 일용직에 해당하는 청년 근로자 수도 지난 10년간 무려 65%가 증가했다. 주요국들이 조사 대상을 15~24세로 제한했지만 한국은 29세로 늘려 잡은 점을 고려하면 20대 후반의 고용 기회와 질도 모두 열악한 상황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구직은 물론 더 나아가 사회와 단절돼 은둔형 생활을 하는 청년의 증가는 해당 자녀를 둔 부모의 고민만이 아닌 우리 사회가 같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교육, 직업, 주거, 재산 등 현 사회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과도한 경쟁의 산물로 이미 높아진 잣대를 대는 사회에 모두가 적응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2020년 2월 제정된 ‘청년기본법’에 따른 법적 근거 마련으로 2022년을 시작으로 2년마다 실태조사와 청년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조사 대상은 전국 19~34세 청년으로 약 1만5000명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형 청년은 지역별 인구 규모에 비례해 서울시의 경우 전체 청년의 4.5%에 이르고 전국으로는 해당 청년이 최대 54만명 수준이다.
한국에서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외환위기 이후 청년의 경제력 악화로 2000년에 등장한 점은 일본에서 1980년대 이후 거품경제의 몰락으로 소위 히키코모리가 대두된 모습과 교차해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일본에서는 이들 1980년대 히키코모리 인구가 고령화해 최근 통계에 따르면 40~64세 중장년층 집단이 39세 미만 청년층을 크게 앞질러 전체 146만명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이들 고령화는 80대 부모가 50대 자녀를 돌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나타나 ‘5080’문제라 불리고 있다. 일본의 고립·은둔형 청년의 고령화 모습은 한국도 정부가 서둘러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청년문제가 장기화해 향후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과 고립 문제가 장년 및 노령의 문제이기도 한 점을 시사한다.
2022년 조사가 정책 수립에 있어 시사하는 점은 크다. 우선 설문 대상의 23.8%가 10대 청소년 시절에 은둔형 생활을 시작한 점이다. 정부가 관심 대상을 15세 미만의 학생으로도 확장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또한 고립·은둔형 청년의 교육 수준이 75.4%가 대학졸업이고 대학원 이상도 5.6%에 해당한다. 그만큼 이 문제가 교육보다는 취업문제와 연결됨을 볼 수 있는 점이다. 현재 교육비와 생활비 지원에 중점을 둔 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이들 90%가 미혼인 점은 사회적 고립이 저출산 문제의 또 다른 핵이 됨을 시사한다.
‘청년재단’의 한 연구에 따르면 향후 고립·은둔형 청년문제의 사회적 비용은 연간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고령화에 따른 부모 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면 그 비용이 전 연령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은 당연해 보인다. 정부는 물론이고 사회적 관심과 학계의 현황에 대한 심층 연구 및 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규일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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