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시니어트렌드①
2024년 올림픽이 프랑스에서 열리는 터라, 자연스레 유럽에 시선이 쏠린다. 올해 하반기 유럽은 실버행사로도 뜨겁다. 먼저 9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50플러스 박람회(50PlusBeurs)라는 시니어 박람회가 열린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이하며, 이름을 Be!eef로 변경했다. ‘Later is Now(나중이 지금이야)’를 모토로 하는 독특한 행사들로 꾸며진다. 일본과 한국의 박람회가 제품 전시 위주라면, Be!eef는 실용적인 강연과 웃을 수 있는 이벤트, 문화예술 분야의 무대 위주다. 전설적인 은퇴 예술가들의 라이브 연주와 그림 전시, 체조선수의 공연까지 포함한다. ‘실버극장’이란 시간에는 비뇨기과 전문의가 50세 이후 좋은 섹스란 무엇인가에 대한 팁을 전하는가 하면, 전직 장관이 등장해 50대 이후 커리어를 새롭게 꾸려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와 같은 진지함까지 다룬다. 이 박람회가 열리는 동안에는 움직이고, 웃고, 경험해야 한다. 매일 오전 11시, 전시장 한켠에서 모여 단체로 운동을 하며 행사를 시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2월 독일, 뉘른베르크 레저 박람회(Freizeit Messe Nurnberg)도 주목할 만했다. 5일간 여행, 취미, 음식, 정원, 하키와 서핑과 같은 야외 활동의 최신 트렌드를 볼 수 있는 유명한 행사인데, 시니어를 위한 기획 전시가 이뤄졌다. 창간한지 22주년 된 시니어 인터넷 잡지 ‘매거진66(Magazine 66.de)'이 부스로 참여했다. '근육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손주에게 동화책 읽어주는 법’처럼 흥미로운 내용부터 사회·정치·문화에 대한 주제를 깊이 있게 다뤄 관심을 가지고 보던 곳이다. 이 기획 전시의 이름은 ‘인비바(Inviva)’인데, 은퇴 전후 ‘새로운 어른’을 위한 예방법과 건강을 추구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자신감과 활력 넘치는 노후를 위해 갖춰야 할 삶에 대한 태도, 봉사활동 정보와 지역 내에서 참여 가능한 사교 모임, 취미와 여행 등 일상생활에서 즐겁고 신나게 사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행사 기간 동안 ‘인비바’ 부스는 매일 주제를 바꿔서 ‘진품명품쇼’처럼 귀중품에 대한 감정 평가 자리를 마련한다거나 시니어를 위한 전직 교육과 새로운 일거리, 안전과 기술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높은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지막 날 행사였다. ‘서로 다 함께(Miteinander)’란 주제를 통해 중장년층과 노인층이 서로 연대하고 화합하기 위한 방법은 물론이고, 일과 삶 그리고 가정과 사회 활동의 균형을 지키는 방법을 소개한 것이다.
연초 써드에이지가 주최했던 ‘글로벌 시니어트렌드 포럼’에서 발표했던 ‘유럽 시니어트렌드’ 관련 내용에 따르면, 시니어가 살기 좋은 나라 상위 20위 나라에는 1위가 스위스였고, 핀란드와 덴마크, 네덜란드가 뒤를 이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과 일본이 5위와 6위를 차지했다. 영국 리서치 기관이 기대수명, 세계 행복 지수, 안전 지수, 건강 돌봄 여건 지수 등 4가지 요소를 분석한 자료인데, 한국은 13위였다. 헬스케어 분야만 살펴보면, 네덜란드가 1위였고, 프랑스와 덴마크, 스페인이 그다음이었다. 건강 돌봄 분야의 전문성, 시설과 장비, 의사와 지원 인력 그리고 비용을 감안한 결과라고 한다. ‘케어홈’이라는 시니어 주거 분야와 부동산 관련해서는 독일이 1위였고, 영국과 스웨덴이 뒤를 이었다. 데이터업체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4년 서유럽의 케어홈 분야 규모는 미화 6000억달러를 상회한다.
유럽 개별 국가별로는 차이점이 있지만, 시니어 돌봄 영역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과 미국처럼 ‘민간’이 아니라 ‘국가’ 주도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 참고할 만하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는 가족돌봄(Family care system) 형태가 주를 이루고, 독일에서는 다세대가 함께 사는 커뮤니티형 아파트 등 공동 거주(Cohabiting care system)를 선호한다.
한편,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미래의 노화(Future Aging)’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와 사례를 공유하는 세계 제론테크놀로지(노인학(gereolog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학회가 개최된다. 2022년 대구에서도 ‘기술과 삶: 인공지능 시대 100세 인생’이란 주제로 학회가 열렸었다.
세계적인 고령화로 인해 우리의 지속가능한 삶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당장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량 은퇴로 인해 연금 고갈이나 국민건강보험 재정 압박 등의 문제는 물론이고, 정년 연장으로 인한 세대갈등, 복지의 영역은 어디까지여야 하는 이슈가 대두했다. 유럽은 멀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고령화를 경험해왔다. 유럽의 나라들을 통해, 실질적인 사례와 어떠한 준비가 가능한지 우리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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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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