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포기, 비정규·5인 미만·저임금 ↑
직장인 중 절반 이상이 여름휴가를 포기하거나 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휴가를 포기했다는 응답은 비정규직이 가장 많았다. 이들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4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4년 여름휴가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31일부터 6월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진행했다.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p)이다.
여름휴가는 근로기준법상 법정 휴가가 아닌 약정 휴가에 해당한다. 이런 이유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연차와 별도로 여름휴가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을 경우 개인 연차를 사용해 여름휴가를 떠난다.
설문조사 결과 여름휴가를 포기했다는 응답은 비정규직(30%), 비사무직(28.8%), 5인 미만(28.9%), 일반사원(29.5%), 임금 150만원 미만(30.1%), 비조합원(21.2%)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여름휴가 계획이 없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한 응답자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 '휴가 비용이 부담돼서'가 56.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외에는 ‘유급 연차휴가가 없거나 부족해서’가 12.2%, ‘휴가 사용 후 밀려 있을 업무가 부담돼서’가 10.9%, ‘휴가를 사용하려니 눈치가 보여서’가 7.8% 등으로 나왔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비용 부담’을 꼽은 응답은 정규직(51.8%)보다 비정규직(61.9%), 상위 관리자(50%)보다 일반사원(61.2%)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유급 연차 휴가가 없거나 부족해서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비정규직(17.2%), 비조합원(12.9%), 비사무직(16.3%), 5인 미만(17.3%), 일반사원(18.1%) 등에서 높았다.
'휴가 이후 업무가 밀릴 것이 부담돼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정규직(15.2%), 사무직(16.4%), 상위관리자(33.3%) 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휴가 사용 자체가 눈치가 보여서 휴가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공공기관(15.7%)에서 유독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300인 이상(3.8%)의 약 4배, 5인 미만(6.4%)의 약 2.5배에 달한다.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에게 주말을 포함한 휴가 예정 기간을 물어본 결과 ‘3~5일’이 60.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6~7일’이 24.3%로 그 뒤를 이었다. 다만 비정규직(14.9%)과 5인 미만(15.7%)의 경우 주말을 포함, ‘1~2일’만 쉰다는 응답이 정규직(3.4%), 300인 이상(5.5%)보다 높게 나타났다.
직장갑질119의 조사에 따르면 개인 연차를 사용했음에도 아무런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업무량이 많다는 이유로 휴가 기간에도 업무를 강요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재직 중인 노동자가 노동청에 쉽게 신고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하는 건데, 사업장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없는데도 사용자의 연차 시기 변경권을 남용하는 식이다. 또 사업주의 여름휴가 사용 시기에 맞춰 강제로 연차를 소진하게 하는 등의 일이 매년 여름 휴가철마다 반복돼 벌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직장 갑질 119는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에 대한 인식 개선과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입법적 보완이 모두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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