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북한 전방지역에 지뢰수만 발 매설
폭우때 남쪽으로 지뢰 흘려보낼 가능성
북한이 폭우를 이용해 지뢰를 남쪽으로 흘려보내는 것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북 전단에 반발하며 거론한 ‘새로운 대응 방식’일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북한은 비무장지대(DMZ)에 수십만 발을 매설했는데 최근에 수만 발을 신규 매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최근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에서 지난 4월께부터 지뢰를 매설했다. 지뢰는 나뭇잎처럼 생겨 오해하기 쉬운 이른바 ‘나뭇잎 지뢰’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북한이 이 지뢰를 살포하는 동향이 최근 포착됐다. 나뭇잎 지뢰 폭약량은 40여g 정도로 일반적인 대인지뢰(20여g)와 목함지뢰(70여g) 중간 정도의 폭발력을 지닌다.
목함지뢰보다 가벼운 ‘나뭇잎 지뢰’ 주의보
북측에 폭우가 내릴 경우 북한이 수위 조절을 이유로 황강댐 등의 수문을 기습적으로 열 수 있고, 이에 따라 어설프게 묻어둔 지뢰들이 남쪽으로 떠내려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에서 떠내려올 수 있는 지뢰로는 나뭇잎 지뢰 외에 2015년 우리 장병을 다치게 했던 목함지뢰도 있다. 이 지뢰는 금속 탐지 회피를 위해 나무 상자에 들어 있다. 군은 지뢰 유실이 고의든 실수든 김여정이 말하는 대응 방식 변화의 여러 유형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하고 있다.
2009년 9월에는 북한이 황강댐을 기습 방류해 연천군 주민 6명이 숨진 사건 발생이 발생했다. 2010년 7월에는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민간인출입통제선에서 불법 낚시를 하던 주민이 목함지뢰로 사망했다. 2009년 9월 이후 북한의 9차례 황강댐 기습 방류로 남측에서 8명이 사망했고, 재산피해가 있었다. 임남댐에서도 2002년 1월 이후 14차례 기습 방류가 있었으며, 남측에 재산피해를 초래했다. 북한은 2009년 10월 ‘임진강 수해 방지 관련 남북 실무회담’을 통해 댐 방류 시 사전 통보에 합의했다. 하지만 북한이 합의사항을 이행한 건 2010년 7월에 두 번, 2013년 7월에 한 번뿐이다.
전방 황강댐 등 기습방류 땐 인명피해
한편, 국방부는 이날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최근 북한군 동향 자료를 통해 "북한군은 폭염과 장마에도 전선 지역에서 지뢰매설, 불모지 조성, 방벽 설치 등의 작업을 수개월 동안 지속하고 있다"며 "작업 중 10여차례의 지뢰 폭발 사고와 온열 손상 등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은 임시형 천막 등 열악한 숙소에서 생활하며, 휴일이나 병력 교대 없이 하루 평균 12∼13시간씩 작업을 계속하고, 철야 작업과 함께 김일성 사망일(7월 8일)에도 작업을 실시한 곳이 있었다"며 "일부 지역에선 여군도 동원된 것이 확인된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열악한 작업환경에서의 우발적 귀순 가능성과 함께 작업 중 군사분계선(MDL) 침범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DMZ 불모지작업 진도율 10%
북한군의 DMZ 내 작업의 진척도에 대해서는 "현재 DMZ 약 250km 기준 불모지 작업은 약 10% 진도율을 보이며, 방벽 설치는 약 1% 수준이고, 지뢰매설은 수 만발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앞서 군 당국은 북한군이 DMZ 출입문 역할을 하는 북측 통문 4곳에 대전차 방벽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을 건설 중이며, 방벽의 높이는 4∼5m, 폭은 짧게는 수십m, 길게는 수백m에 달한다고 지난달 18일 밝힌 바 있다.
북한은 DMZ 일대 경계 강화를 위한 불모지와 작업 및 대전차 구조물로 추정되는 방벽 건설과 지뢰 매설을 병행하고 있다. 따라서 지뢰 매설의 일차적 목적은 북한 군인·주민의 월남 귀순 차단으로 보인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한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북한 도발과 재해재난에 대비한 긴급지휘관 회의를 주관했다. 신 장관은 회의 중 "지금 우리는 북한의 도발 위협과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해까지 대비해야 하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각급 제대 지휘관들은 각자 제 위치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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