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좀 읽는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씩 하는 경험이 하나 있다. 이른바 '꽂히는 작가'를 만나는 것이다. 그러면 그가 쓴 모든 책을 찾아 읽게 되는데 이른바 전작주의(全作主義) 독서다. 그렇게 작품을 하나하나 만나가면서 작가의 문학적 성장 배경이나 문체까지 섭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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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참여자 중에 혼자서 전작주의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을 여러 번 봤다. 하지만 끝까지 가는 경우는 못 봤다. 이게 쉬운 것 같아도 여간 노력과 끈기가 필요한 게 아니다. 내 경험을 말하자면 전작주의가 어떤 작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지만 출판사가 작가의 이름에 기대 무리해서 낸 책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불쾌한 적도 꽤 많았다. 그런 경우를 몇 번 겪으면 책 선택에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고 전작주의 독서법에 흥미를 잃게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작가의 작품을 읽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일이다 보니 공감이 안 되는 글이나 흥미 없는 내용도 참고 읽게 된다. 책 읽기의 즐거움보다 책 읽기의 의무에 빠지는 상황이다. 그래서 전작주의 독서법에는 중도 포기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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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가수와 배우만 좋아하지 말고 작가도 좋아하면 좋겠다. 누구나 좋아하는 작가가 한 명 정도는 있어서 그 작가의 책은 꼭 사서 읽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떠는 수다가 세상에서 가장 재밌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나도 좋아하는 작가에 관해 말하려고 독서모임을 하는지도 모른다.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람 중 좋아하는 작가가 완벽하게 일치한 경우는 없었어도 비슷하게 맞아떨어지는 사람은 있었다. 그런 사람이 두 명만 모여도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알면 그 사람이 보인다. 같이 노는 친구들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자신이 누구의 전작주의자인지 알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가 보인다. 우리가 알고 싶은 건 결국 그런 게 아닐까. 내가 어떤 인간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확실하게 정의 내리면 내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나온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게 독서의 참 매력이고 궁극의 희열이다.
-김설, <난생처음 독서 모임>, 티라미수 더북, 1만5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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