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올해 들어 매달 증가세를 보이며 5조원이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자영업자의 경영환경이 악화된 데다가, 은행들의 기업 대출 경쟁으로 일부 대출 조건이 좋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24조71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6088억원이 불어난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9조3483억원이 늘었다.
개인사업자대출은 1월(319조원), 2월(320조원), 3월(321조원), 4월(323조원) 5월(324조원) 등 매달 1조원 이상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5대 은행에서 6개월 동안 증가한 개인사업자 대출액은 5조2223억원에 달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운 데다가, 은행권에서 상생 금융의 일환으로 이자 캐시백을 제공하는 등 대출 조건이 좋아진 것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5대 은행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가계대출까지 포함한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대출 잔액은 1분기 말 기준 1055조9000억원(사업자 대출 702조7000억원+가계대출 353조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직전 분기(1053조2000억원)보다 2조7000억원이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문제는 자영업자 연체율 역시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61%로 전월(0.54%) 대비 0.07%포인트 올랐으며 전년 대비 0.2%포인트 급등했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0.6%대로 치솟은 것은 2012년 말(0.64%) 이후 11년 4개월 만이다. 자영업자 전체 금융권 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작년 4분기 1.30%에서 올해 1분기 1.66%로 석 달 사이 0.33%포인트 올랐다. 2013년 1분기(1.79%)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당분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 당국은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계와 자영업자 차주의 재무 건전성 변화가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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