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협력’과 ‘반윤’ 사이 아슬아슬 행보
여권의 운명 불확실성 더 키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친윤이었고 법무부 장관 시절 야당과 치열하게 싸웠다. 그 덕에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 한동훈 돌풍이 발생했다. 그러나 지금 한동훈은 반윤으로 돌아섰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목숨 걸고 싸운 전우”에 비견된 한동훈-윤석열은 총선 참패 후 소원해졌다. 그 과정도 ‘쿨’하지 않았다. 한동훈은 대통령의 초대를 거절했다. 다른 당권 주자들과 대통령 간 ‘식사 스킨십’에 대비되는 ‘10초 통화’ 논란이 이어졌다. 한동훈은 출마 선언 때 윤-한 관계를 “공적 관계”로 냉랭하게 규정했다. 나아가, 대법원장의 특검 추천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야당 측 해병 특검을 받아들였다. 대통령실은 한동훈의 특검 수용에 대해 “반윤이 아니라 절윤”이라고 불쾌해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한동훈은 63.0%라는 높은 지지를 얻었다. 보수층도 대통령에게 화가 나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대통령과 선을 긋는 한동훈을 여전히 지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여론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일부 여권 지지층은 대통령 초대 거절, 10초 통화 논란, ‘공적 관계’ 언급, 특검 수용 등 한동훈의 잇따른 반윤 행보에 실망감을 느낀다.
여권의 관점에서 구도를 단순화하면, 대통령과 소수 여당은 지금 대통령 탄핵 위기에 놓여 있다. ‘반(反)대통령’ 성향 여당 대표가 들어서면, 대통령과 소수 여당은 분열하고 더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그 유력 대표 후보의 첫 일성이 야당 측 탄핵 로드맵인 해병 특검의 수용이었다. 물론, 특검 추천 방식을 바꾸는 안전판을 두긴 했지만, 이러한 큰 흐름과 비교하면 자잘한 사안이다. 그래서 야당은 한동훈 안을 호재로 인식한다.
한동훈은 야당을 싫어하지만, 윤석열에게도 서운함이나 분노를 느끼는지 모른다. 앞으로 ‘조선제일검’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알기 어렵게 됐다. ‘반윤 한동훈 당 대표’의 탄생은 여권 운명의 불확실성을 증폭한다. 일부 여권 지지층에게 ‘반윤 한동훈’이 ‘친윤 한동훈’보다 훨씬 덜 매력적이고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 이유다.
한동훈의 대표 출마 선언엔 야당 비판도 없었다.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 일극 체제 완성을 민심이 강하게 제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야당에 맞서는 여당의 김을 되레 뺐다. 한동훈 돌풍의 원동력이었던 ‘대야 투쟁력’은 사라졌다. 출마 선언의 대부분은 여권 비판으로 채워졌다. 길고 복잡한 레토릭을 제거하면, 한동훈의 핵심 메시지는 ‘퇴보하는 여권’이었다. “원전, 유전은 우파의 것이고 신재생에너지는 좌파의 것이라는 식의 구태의연한 정치적 도식의 장벽” 그의 이 말은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와 신재생에너지 비리 조사까지 냉소하는 듯했다.
정치인은 유리한 의제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하고 불리한 의제에서 벗어날 수도 있어야 한다. 돌이켜보면, 한동훈은 여권에 불리한 의제를 키워주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가 새 특검안을 제안함으로써 해병 특검 의제는 증폭됐다. 도태우 공천을 유지했다가 취소함으로써 5.18 폄훼는 총선 쟁점이 됐다. ‘한동훈 영입 인사’ 김경률은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으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제를 범국가 사안으로 만들었다.
한동훈은 ‘당정협력’과 ‘반윤’ 사이의 ‘파레토 최적’을 시도하는 듯하다. 그 모습이 아슬아슬해 보인다. 당장 출마 선언에서는 후자에 너무 기운 워딩을 했다. ‘반윤 한동훈’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허만섭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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