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울의미래 포럼-용산의 미래 강연
"미래 서울의 기본단위는 '보행일상도시'…용산 첫 사례"
녹지 공간 필요, 도시 경쟁력 높이는 핵심
"개발·시행 민간에 맡길 것, 공공은 조정·관리 역할만"
"100년 후 서울은 주거, 일, 여가를 도보 30분 이내 범위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보행일상도시’가 돼야 한다."
강병근 서울특별시 총괄건축가는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용산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2024 서울의 미래 포럼’에서 “서울은 당장 10~20년 뒤를 고려한 단기 계획이 아니라 100년 후를 내다본 종합계획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보행일상도시 안에서 살고 일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면 서울시민의 삶의 질, 서울의 품격이 크게 향상될 것이고 그것이 곧 지구촌 도시로서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800m 크기의 셀을 엮어 적게는 37개, 많게는 42개의 보행일상도시를 서울에 만들 수 있다”면서 “시가 용산정비창 일대에 추진 중인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그 첫 번째 사례“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다층복합수직도시'가 필요하다고 봤다. 강 총괄건축가는 "좁은 면적 안에 1000만명이 넘는 인구를 수용해야 하는데 더 이상 수평적인 도시 확장은 해법이 될 수 없다"며 "도시를 어떻게 수직으로 만들어갈 것인가가 앞으로의 큰 과제"라고 했다. 한 개 층으로 이뤄진 수평적 도시가 아니라 지하, 지상, 공중 등 여러 개 층으로 이뤄진 입체적인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녹지 공간 확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강 총괄건축가는 “작은 면적이라도 걸어서 5분 이내에 반드시 녹지가 있어야 한다”면서 “녹지가 계절 변화에 따라 우리 일상에 어떻게 다가올 것인지를 시뮬레이션한 곳이 용산”이라고 설명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는 사업 부지(49.5만㎡)에 맞먹는 약 50만㎡ 규모 녹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서울시민은 물론 지구촌 구성원 누구라도 향유할 수 있는 공공공간으로 구현된다. 그는 “이렇게 되면 궁극적으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실현하지 못한 도시를 용산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서울이 세계 1위 도시로 도약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총괄건축가는 "자연, 사람, 기술 등 세 가지 기본요소를 엮어 '인간적인 도시'로 만드는 것이 미래 서울의 핵심 가치와 목표"라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메가시티 거버넌스의 핵심은 연접한 도시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엮어줄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행일상도시 개발 계획과 실행은 최대한 민간에 맡긴다. 사업 주체가 정해진 총 밀도(용적률) 안에서 필지별 용도와 밀도를 자유롭게 정하면 된다. 강 총괄건축가는 “시는 민간이 정한 계획을 조정·관리하는 역할만 할 뿐 시행 방식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용산에서 시작되는 공간구조의 대변화는 극심한 사회 분열, 양극화 등의 난제를 갖고 있는 지금의 서울을 공정하고 결속력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한 해법”이라며 “용산의 미래를 통해 서울의 미래,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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