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증진위원회, 2차 전체회의 소집
北 정권 주도로 자행되는 '아동 착취' 논의
탈북민 출신 위원들, 직접 피해경험 증언
정부는 북한이 아동에 대한 조직적인 노동 착취를 자행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며, 1990년 북한이 비준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의 아동 착취는 유엔 차원에서도 꾸준히 문제 제기가 이뤄져 온 사안으로, '현대판 노예제'를 연상케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2일 통일부에 따르면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회(위원장 이정훈)는 전날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에서 2차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북한의 아동 노동 문제를 논의했다.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매년 6월12일)을 앞두고 관련 문제를 의제로 다룬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북한은 사회주의헌법 제31조, 사회주의노동법 제15조, 아동권리보장법 제19조 등에 따라 16세 미만 아동에 대한 노동을 금지하고 있다. 형법상으로도 아동을 노동에 동원한 자에 대한 처벌이 규정돼 있다. 2019년 북한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5차 보고서 심의를 통해 '북한의 학생들은 중학생부터 매 학년마다 3주간 농장·공장 등을 방문해 생산 노동을 경험하고, 교과 과정에 있는 생산 노동 외에 아동 노동은 금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통일부 조사 결과, 북한 학생들은 교과 과정에 따른 생산 노동 말고도 방과 후 노동이나 교사 등의 사적 지시에 따른 노동에 동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이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에서도 북한이 '아동에 대한 경제적 착취와 유해하거나 위험한 노동의 금지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번 회의에선 일부 탈북민 출신 북한인권증진위원들이 학창 시절 겪은 강제노동에 대해 증언하기도 했다.
임철 위원은 "열한 살 무렵부터 다양한 노동에 동원됐다"며 "대표적으로 벼이삭 줍기, 메뚜기 잡기에 동원됐다"고 했다. 개인 또는 학급별로 할당량이 정해져 있어 오후에는 담임 통솔하에 5시간 넘도록 벌판을 헤매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장시간 노동으로 허리·무릎 등에 고통이 동반됐고 탈진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며 "이런 노동 외에도 당 중앙에 보내야 하는 냉이·미나리 등을 캐러 산에 자주 다녔고, 겨울에는 학교 땔감용으로 나무를 하러 다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은주 위원은 어린 나이에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이 '농촌 동원' 또는 '노력 동원'이라 부르는 강제노동이었다고 털어놨다. 김 위원은 "비가 내린 뒤 옥수수밭에서 김매기를 할 땐 맨손으로 풀을 잡아 뜯었고, 옥수수잎이나 풀에 얼굴과 손을 베이기 일쑤였다"며 "농촌 동원 땐 왕복 2시간 이상 걸어야 했고 휴식 없이 일한 탓에 다음날 종아리가 퉁퉁 붓고 온몸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또 "꽃제비 아이들은 수용소에 수감된 채 강제노동은 물론, 각종 전염병과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위원회는 이 같은 증언 등을 바탕으로 북한 아동들이 가혹하고 다양한 형태의 강제노동에 동원되고 있다는 문제를 논의했다.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즐거운 유년 시절을 보낼 기회를 박탈당하고, 위험한 노동 현장에서 안전 장비도 없이 정신적·신체적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에서 벌어지는 아동 노동력 착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 정권이 주도적으로 자행한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북한이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만큼 북한 내 아동 인권 개선을 위한 실질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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