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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오픈런' 라멘집 사장님이 엘리트 공무원 출신이었던 건에 대하여 [일본人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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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타마 오픈런 맛집 젠야 사장
경제산업성 공무원 출신 이력 화제
"학연 위주 환경 안 맞아"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맛집 사장으로

"확 때려치우고 다른 일 할까."


우스갯소리지만 직장인 2대 거짓말이 '퇴사한다', '유튜브한다'라고 하죠. 사실 말만 그렇지 지금까지 어떻게든 버티며 돌고 있던 궤도를 이탈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발목을 잡죠. '다음 달 카드값은?', '집에는 뭐라고 말할 건데?', '주변에는 뭐라고 설명할 건데?', '이후에는 어떻게 먹고살 건데?' 등등의 생각들이 마구마구 떠오르고 결국 다시 내일 출근을 위해 오지 않는 잠을 청하죠.


일본 온라인 매체 플래시에서 얼마 전 굉장히 재미있는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바로 '보장된 미래를 버린 사람들은 지금 행복할까?'를 찾아보는 시리즈입니다. 밝은 미래를 보장받고 앞날이 탄탄대로인 분들이 갑자기 "저 그만둡니다"하고 직장을 뛰쳐나와 마음이 이끄는 진짜 꿈을 찾은 것인데요.


이번에 소개돼 화제를 모은 이야기는 25년 전통의 동네 라멘 맛집 사장님의 이야기입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근무하다 퇴사하고 차린 라멘집이 오픈런 맛집으로 그야말로 대박이 난 것인데요. 오늘은 엘리트 공무원의 꿈을 버리고 라멘 가게 사장이라는 꿈을 찾은 이이쿠라 히로타카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25년 '오픈런' 라멘집 사장님이 엘리트 공무원 출신이었던 건에 대하여 [일본人사이드] 라멘을 만들고 있는 이이쿠라 히로타카씨. (사진출처=아일랜드 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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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쿠라씨는 사이타마현 '젠야'라는 이름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금으로 간을 해 깔끔한 국물맛이 특징인 시오라멘 전문점이라고 하는데요. 이이쿠라씨가 39세 때인 1999년 열어 25년 동안 운영해왔다고 합니다.


이이쿠라씨는 통상산업성이라고 불리는 지금의 경제산업성에 근무하던 관료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습니다. 우리나라도 5급 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인재들이 기획재정부 등 주요 부처에 배치되는 것처럼, 일본도 경제 부처 출신이라고 하면 엘리트라는 인상이 강한데요. 일본도 우리나라 세종시처럼 주요 부처들이 모인 거리가 도쿄 가스미가세키에 있는데, 이 때문에 엘리트 관료들을 '가스미가세키 출신'이라고 부릅니다. 여하튼 이이쿠라씨도 이 가스미가세키에서, 잘 성장하면 나중에 주요 부처에서 한자리하게 될 수 있었던 사람이었던 거죠.


이이쿠라씨는 "통산성에 들어가서 느낀 것인데, 책상 위의 공부는 잘해도 인간적으로는 비뚤어진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당시 커리어에 회의감을 느꼈다고 밝혔는데요. 입사 후 8년 정도 지났을 때 결국 더 관료로 살기 싫다고 생각하고 퇴사를 결정합니다. 그는 "도쿄대 법학부 출신만 우대받는 가스미가세키의 환경이 싫어서 그만뒀다"고 말했는데요.



25년 '오픈런' 라멘집 사장님이 엘리트 공무원 출신이었던 건에 대하여 [일본人사이드] 음식점 리뷰 홈페이지 타베로그에 올라온 젠야 후기들.(사진출처=타베로그)

이후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을 때, 평소 자신이 좋아하고 즐겼던 요리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문제는 30살이 넘은 나이, 다시 조리학교에 들어가기도 애매한 시기라고 생각을 했던 것인데요. 이에 그는 평소 좋아했던 라멘가게를 차려보자는 생각을 하고 이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게 됩니다.


다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5개월 정도는 그냥 패밀리레스토랑 아르바이트로 일을 했다고 하는데요. 원래 일본에서 라멘 장사를 하려면 장인의 가게에 들어가 수행을 거쳐야 한다고 알려졌지만, 그는 아예 독학의 길을 택합니다. 혼자 시오라멘 시제품을 먹어보면서 맛을 개발했다는데요.


그리고 요코하마 라멘 박물관이 주최하는 '라멘 등용문'이라는 이벤트에 참가해 개발한 라멘을 평론가들에게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평론가들에게 혹평만 받았다고 하죠. 이후 그는 맛을 내는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지금의 라멘을 만들게 됩니다. 그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닭 뼈로 육수를 내려 했는데 도무지 감칠맛이 나지 않았고, 돼지 뼈만 넣었더니 잡내로 먹기 힘들었다. 목표로 하던 것은 매일 먹을 수 있는 산뜻한 맛이었다"며 "결국 여러 시도 끝에 돼지 뼈와 다시마 육수를 섞는 조합을 개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간을 맞추는 소금도 전 세계의 소금을 다 먹어본 결과, 중국 푸젠성산 바닷소금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하는데요.


25년 '오픈런' 라멘집 사장님이 엘리트 공무원 출신이었던 건에 대하여 [일본人사이드] 젠야의 시오라멘.(사진출처=아일랜드 식품 홈페이지)

힘들게 개발한 육수인 만큼 그는 여전히 맛을 유지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신메뉴도 개발할 법한데, 창업 이후로 지금까지 라멘, 멘마(죽순) 라멘, 차슈라멘 3가지밖에 팔지 않는다고 하네요. 지금은 입소문이 나 오후 3시면 육수가 동나 영업을 중단하지만, 조금 쉬고 오후 9시부터 다시 다음날 육수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새벽까지 이를 마무리하고 4~5시간 정도만 자고 다시 장사 준비에 들어간다고 하네요. 찾아보니 라멘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창업 때부터 가게 주인이 주방에 계속 서서 거의 혼자서 라면을 계속 끓이고 있다. 신메뉴나 한정 메뉴도 하지 않습니다. 시대에 영합하지 않는 그런 자세가 훌륭하다"는 평가가 있네요.


그는 플래시와의 인터뷰에서 "통산성에 계속 있었다면 지금은 천문학적 연봉을 받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도 라멘가게를 열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이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맞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마음이 가는 일을 했지만, 이이쿠라씨가 이런 명성을 얻기까지 새로운 도전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을 지 상상이 잘 가지 않습니다. 성공이라는 것은 결국 남들보다 얼마나 시간을 들이느냐에 달린 것 같네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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