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익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이코노미스트
올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음을 선언한 해다. 미국을 필두로 금리 인하가 이루어질 수 있으니,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하 추세에 맞출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한다. 그런 만큼 세간에선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는 채권투자를 통해 자본차익을 거두는 것이 좋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따져볼 부분이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아직 5.25~5.5%이지만, 최근 미국 채권 10년물의 이자율은 4.2~4.4%를 횡보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 국채는 기준금리보다 0.75~1%포인트가량 낮은 상황에 있는 것이다. 이는 ‘2024년의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본 많은 투자자가 미국 국채에 선점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연준이 올해 3번 정도의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실제 금리 결정 위원들은 “금리 인하의 전망과 실제 금리 인하의 횟수는 다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의 물가는 여전히 3%대에서 머물고 있고, 경기 자체도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명분은 없다. 또한 고용시장도 완전고용을 유지하고 있어, 가계의 소득이나 소비가 감소할 위험도 적다.
즉 미국의 경제 자체가 상당 기간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고, 물가는 3% 수준에서 상당 기간 횡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 인하 명분이 다소 퇴색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미국의 현재 총유동성(M3) 역시 20조7000억 달러(약 2경8532조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22년도에 가장 유동성이 많았던 시기 총 유동성이 21조7000억 달러(약 2경9911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수준이란 점도 유의해야 한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 인공지능(AI), 로봇 등 실질적인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중이다. 만일 가계의 소비도 완만한 정도로 양호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기업들의 이익과 실적도 좋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누구나 이야기하는 ‘기준금리 인하’에만 막연한 기대를 갖지 않아야 한다. 중장기로, 물가 불안 우려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 채권에 적절하게 투자 타이밍을 잡는 것이 합리적인 시점이다. 또한 미국 경기의 양호한 흐름에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혁신 기업에 대해서는 적정한 정도의 투자를 통해 위험 투자의 전략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이상적일 것으로 보인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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