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양당 모두
민생·소상공인 강조
시장 원리 벗어나거나
은행 부담 과도하게 늘어나는 문제 있어
4·10 총선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이 ‘민생’을 키워드로 각종 금융 관련 공약을 쏟아냈다. 부채 부담을 완화하거나, 소상공인·자영업자 맞춤형 공약이 주를 이뤘다. 다만 은행권에 큰 부담이 가해지는 공약 등 시장경제 원리에 벗어난 정책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총선 공약집을 살펴보면, 금융 관련 공약 다수가 10개 주제 중 세 번째, 네 번째에 주로 배치됐다. 세 번째 주제와 네 번째 주제는 각각 ‘민생활력, 새로 희망’과 ‘소상공인·중소벤처 지원’이다. 금융 공약을 통해 민생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상공인·중소벤처를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세 번째 주제에 배치된 공약들은 대출 관련 정책이 많다. 구체적으로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목표 개선, 은행권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단계적 확대, 대환대출시스템 서비스 확대 개선, 중도상환수수료 체계 투명성 및 합리성 제고, 정책서민금융상품 대출한도 증액(성실 상환자 한정), 예금보호한도 상향(5000만원→1억원)이다. 재형저축 재도입, 서민금융종합플랫폼 구축 등 자산 형성 관련 공약도 눈에 띈다.
소상공인·중소벤처 지원 분야에선 채무 조정 관련 공약이 배치됐다. 운전자금·대환보증 원리금 상환 기간 2배 연장,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서 해당 기간 사업 영위한 소상공인으로 확대,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차주의 채무조정 공공정보 등재 기간 단축이 대표적이다. 결제대행사(PG사)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통해 다단계 형태 PG 구조 단순화도 공언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차별되는 공약은 건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한 공약이다. 모바일 기프티콘 환불·결제·사용과 같은 수수료 체계 개선을 위한 표준약관 개정, 물품 교환형 모바일상품권 잔액 환불 정책 확대가 그 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4대 비전 첫 번째 키워드 ‘민생회복’에 금융 공약을 다수 포진시켰다. 특히 대출원리금 상환부담 완화가 공약집의 가장 처음으로 등장하는 공약이다. 이 키워드 아래 민생을 촘촘히 챙기고, 소상공인·자영업자 고통을 던다는 목표를 세웠다.
교육세·기금출연료 등 불필요한 가산금리항목 제외,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추진, 정책금융기관에 대한 금융권 출연요율 상향, 금리인하요구권 주기적 고지 의무화 등을 내세웠다. 채무자 중심의 보호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도 내놨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저금리 대환대출 등을 확대하고, 고금리 보험약관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하는 것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책자금 대출로 인한 금융기관에서의 금리인상 등 불이익 방지 방안도 마련한다.
국민의힘과 차별되는 공약은 금융사고 관련 정책과 금융·경제교육 확대, 소상공인 전문은행 도입 등이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을 야기한 장외파생상품 개인 판매 규제 강화, 금융기관 경영진 대상 보수환수제 도입, 여신전문회사·신용협동조합 금융사고 제재 근거 강화 등을 통해 금융사고 책임 떠넘기기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양당 공약이 실행될 경우 모두 시장 질서를 해치거나 모럴해저드(도덕적 위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총선 원내정당 공약 전문가 평가’를 통해 양당의 금융 공약을 점검했다. 국민의힘 공약 중 재형저축 도입과 더불어민주당의 상환원리금 부담 경감 등에 대해선 비현실적인 반(反)시장조치라고 밝혔다.
은행권에 부담을 가중하는 수수료·대출 관련 공약이 많아 오히려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가 대표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심사 시 은행이 부담하는 비용이 이미 많다며 “금융사가 오롯이 수수료를 부담하게 된다면 오히려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이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단계적 확대에 대해서도 “신용평가 모델과 대출 원가 개념을 통해 이미 저금리로 대출을 하고 있다”며 “중저신용자 대출을 강제적으로 늘린다면, 다른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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