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진료체계 절대 무너지지 않도록 유지"
전공의 이탈로 대형병원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는 가운데 서울대병원이 2일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이날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서울대병원 그룹 교직원 여러분께’라는 공지 글을 통해 내부 구성원들에게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알렸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공백이 길어짐에 따라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올해 배정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공지다.
김 원장은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인한 비상진료체계 하에서 환자 안전을 위해 노력해주는 교직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린다”며 “우리 병원을 포함한 수련병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금 불편하더라도 환자의 안전을 위해 널리 이해해주길 바란다"면서 "서울대병원이 대한민국 필수 의료의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27일 전체 병동 60여 개 중 10개 병동을 폐쇄했다. 폐쇄된 병동에는 외과, 내과, 신장내과, 응급실 단기 병동, 암 병원 별관 등이 포함됐다. 또 5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도 2배로 늘렸고, 병동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병원마다 비상경영 체제 돌입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일반병동 56개 중 9개를 폐쇄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일반병동 19개 중 2개 병동을 비웠고 병동에 따라 통합 운영 중이다. 간호 인력도 통합 병동으로 재배치돼 운용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한시적으로 75개 병동 중 6개 병동을 3개로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희대병원·강동경희대병원을 산하에 둔 경희의료원도 간호사 등 전체 일반직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순천향대천안병원도 지난 1일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박형국 병원장은 “자금난이 한 달 더 지속되거나 비상진료 체계마저 무너지게 되면 병원 존립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간호사 등 병원 노동자 일각에서는 경영상 어려움이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고 반발했다. 서울지역 전공의 수련병원 노동조합 대표자들은 전날(1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경영’이라는 이름으로 병동 폐쇄와 함께 수백 명의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무급휴가로 내몰리며 일방적인 임금삭감을 강요받고 있다”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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