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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물가 상승에 '100엔숍' 사라지나…납품업체 줄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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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인건비·수송비 상승에 단가 못 맞춰
납품업체, 생존 위해 300엔숍 등 고가 브랜드로 눈 돌려

상품 하나 가격을 100엔(890원)대에 판매하는 다품종 박리다매 전략으로 성장한 일본의 '100엔 숍'들이 생사기로에 놓였다. 원가는 상승하지만 100엔 단가를 맞춰야 하는 납품업체들의 줄도산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들조차 100엔 숍 납품을 꺼리게 되면서 업계가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NHK의 취재에 따르면 100엔 숍에 물건을 납품하는 도매업체는 2022년 이후 최소 6곳 도산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일본 다이소에 생활잡화를 납품하는 오사카시의 한 용품제조업체가 민사재생법(우리나라 회생절차) 적용을 신청하면서 '100엔 숍의 종식'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생산 품목만 수억 개에 달했다는 이 회사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이 악화한 것이 파산을 밟게 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日 물가 상승에 '100엔숍' 사라지나…납품업체 줄도산 일본의 한 100엔숍의 모습.(사진출처=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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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어려운 사정 속에서 업체들은 일단 상품 크기나 양을 줄여 납품하는 슈링크플레이션의 길을 선택했다. NHK는 100엔 숍에 플라스틱 주방용품과 수납 박스를 제조하고 납품하는 사나다그룹의 사례를 보도했다.


사나다그룹은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고 수송비까지 오르면서 수익이 크게 악화했다. 원가는 오르고 있지만 납품 단가는 그대로 100엔에 맞춰야 하기에 이곳은 다양한 방법의 비용 절감을 시도하고 있다. 가령 이곳에서 월 30만개까지도 팔린다는 서류용 플라스틱 바구니의 경우, 2021년 대비 높이는 1.5㎝ 줄어들었다. 원가는 2021년 대비 현재 20% 올랐지만 이를 늘릴 수는 없기 때문에 상품 크기를 줄이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 비용 절감에는 한계가 있어 일부 품목은 어쩔 수 없이 제조 중단에 들어갔다.


사나다 카즈요시 사장은 "언제까지 이 가격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있다. 매년 인건비와 물류비용 등 모든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100엔을 앞으로 맞출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고 밝혔다.


日 물가 상승에 '100엔숍' 사라지나…납품업체 줄도산 기존의 서류 바구니(오른쪽)과 원가 절감을 위해 1.5cm를 바구니.(사진출처=NHK)

이에 납품업체들은 활로 모색 차원에서 100엔 숍보다 비싸지만 좋은 품질을 내세운 300엔(2700원) 숍이나 홈퍼니싱 업체들과 거래하는 전략을 택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으로 100엔 숍의 입지는 점차 좁아질 전망이다.


NHK는 납품업체들의 줄도산에 대해 버블경제 붕괴 후 일본에서 ‘가격을 바꾸면 안 된다’는 의식이 기업에 널리 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단가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다가 결국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들의 거래처인 100엔 숍은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과 맞물려 염가 경쟁을 통해 성장한 업체들이었다.



NHK는 “원가가 올라도 다른 방법으로 이를 맞추는 것이 경영자의 실력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며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쌓여 결국 디플레이션 경제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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