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월급 '셀프 인상'
1월 624만원→2월 923만원, 48% 급등
"전임자 탓" 해명했으나 서명 사실 드러나
긴축정책 펴는 와중 발생한 월급 인상
취임 후 강력한 긴축정책을 펼치고 있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자신의 월급을 '셀프 인상'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나시온은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달 자신이 서명한 '행정부 고위 공무원 월급 대통령령'에 의해 2월 월급으로 602만페소(세후 약 923만원)를 수령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월 406만페소(약 624만원)와 비교해 48%나 껑충 뛴 액수다.
아르헨티나 관보 등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자신을 비롯한 행정부 고위급 관료들의 월급을 48%가량 인상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최근 아르헨티나에서는 국회의원 월급이 전년보다 30% 인상됐다는 소식에 국민들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밀레이 대통령이 의회의 행보를 비판하며 크게 격노한 바 있다. 그는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데 적절치 않다"며 무효화를 지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정작 각료들의 월급은 더 높은 수준으로 인상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좌파 계열인 빅토리아 톨로사 파스 하원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는 국회의원의 월급 인상 무효화 법안과 동시에, 행정부 고위급 인사 월급 인상 무효화 법안도 곧 제출할 것"이라며 "밀레이 대통령은 지금 (긴축 정책으로) 절약을 내세우면서 우리에게 거짓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임자 탓' 이라는 밀레이 대통령
이에 밀레이 대통령은 전임자들을 저격하고 나섰다. 지난 2010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서명한 대통령령에 의해 자동으로 인상된 것으로, 자신은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당장 해당 대통령령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보에 게재된 대통령령에는 밀레이 대통령을 비롯해 니콜라스 포세 수석장관, 산드라 페토벨로 인전자원부 장관 등의 서명이 고스란히 적혀 있어 논란을 키웠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밀레이 대통령은 본인이 서명하는 대통령령도 읽어보지 않느냐. 대통령이 서명했고 월급을 수령했고 그걸 사람들이 알아버렸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지적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도 "지난 2020년 팬데믹 상황에서 고위급 관료의 월급은 공무원 월급 자동 인상에서 제외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통령실은 "대통령 및 행정부 고위 관료 월급 인상분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서명한 대통령령을 폐지하면서 무효가 됐다"고 밝혔다.
SNS상에서 계속되는 논란
SNS에서는 밀레이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나온다. "대통령은 자신이 서명한 대통령령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읽지 않고 서명한 것인가" "돈이 없다고 교사, 공무원, 의사, 은퇴자들 월급은 거의 올려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월급은 한 번에 48% 인상하나"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해당 관보가 갑자기 정부 온라인 시스템에서 열람할 수 없게 되자 "정부가 고의로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남미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취임 후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현지 화폐인 페소화를 54% 평가절하하는 등 초강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취임 후 3개월간 누적 물가상승률은 65% 수준까지 폭등했고, 빈곤율은 1월 57.6%를 기록해 20년 만에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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