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누적 손실액이 1조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당국은 현 수준의 홍콩H지수가 유지될 경우, 은행과 증권사를 합쳐 올해 5조8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의 만기도래액은 약 2조1995억원, 예상 손실액은 약 1조1532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예상 상환액은 약 1조464억원으로, 이에 따른 손실률은 52.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가 시작된 지 불과 두 달 남짓한 사이 홍콩H지수 기초 ELS 투자자들은 원금의 절반이 넘는 규모의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처럼 손실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2021년 한 때 1만2228.63으로 고점을 달성했던 홍콩H지수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지난 1월 22일엔 5001.95로 저점을 찍은 뒤 회복세를 보였으나 손실 규모를 만회할 만한 상승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홍콩H지수 종가는 5613.83에 그쳤다.
최근 중국 당국이 증시부양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점, 시장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하반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나, 이 역시 아직은 가능성의 영역일 뿐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에 400조원을 쏟아붓는 등 관리에 나선 상태"라면서 "큰 폭의 금리 인하와 같은 대형 이벤트가 아니면 손실률을 만회할 정도의 회복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등 파생결합증권의 판매 잔액은 총 18조8000억원(39만6000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사별로는 은행이 15조4000억원, 증권사가 3조4000억원이었고, 투자자별론 개인이 17조3000억원, 법인이 1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개인투자자를 분류해보면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는 8만4000계좌(21.5%)에 달했고, 최초 투자자 역시 2만6000계좌(6.7%)에 달했다. 판매채널은 은행의 경우 영업점 등 오프라인이 90.6%, 증권사는 온라인 비중이 87.3%로 다수였다.
만기는 전체 잔액의 80.5%인 15조1000억원의 만기가 연내 도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기별로는 1분기 3조8000억원(20.4%), 2분기 6조원(32.1%) 등 상반기에 만기가 주로 집중된 모습이었다.
이에 따른 예상 손실금액은 총 5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금감원은 추산했다. 지난 2월 말 기준 홍콩H지수(5678포인트)가 유지되는 것을 가정할 경우 지난 1~2월에 1조2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데 이어 오는 3~6월엔 3조6000억원, 하반기 1조원 규모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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