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광진·동대문·성동·중구 뭉쳐
돈 주고 버렸던 폐목재 무상 처리
비슷한 지역축제 협업...판 키울 것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구청 5층 회의실에 다섯 남자가 모였다. 폐목재를 수거해 에너지원을 만드는 기업 대표와 공무원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이날 백일헌 광진구 부구청장과 이인근 동대문구 부구청장, 유보화 성동구 부구청장, 이상훈 중구 부구청장은 천일에너지 박상원 대표와 ‘친환경 재생에너지 자원화 공동협약서’에 서명했다. 연간 2억2810만원짜리 ‘딜’이었다.
가로수나 도심공원 나뭇잎 정리나 가지치기를 하면서 버려지거나 동네 뒷산에서 베거나 솎아야 하는 나무는 구청에서 책임지고 버려야 한다. 이걸 ‘임목(forest tree)폐기물’(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이라고 부른다. 5t 미만이면 생활폐기물, 그 이상이면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한다. 폐기물은 수거와 운반, 처리에 돈이 든다. 인건비, 운송비 등이 모두 올라 요즘 구청에서 임목폐기물을 처리하려면 t당 10만원 정도의 세금을 써야 한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면적이 가장 작고, 녹지 비율이 낮은 중구에서는 올해 161t 정도의 임목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면적이 엇비슷한 동대문구와 광진구, 성동구에서는 각각 연간 700~730t의 임목폐기물이 나온다. 4개 구 합계 총 2281t. 4개 구가 임목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쓰는 비용은 연간 총 2억2810만원이다. 이번 협약으로 4개 구는 앞으로는 이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 현재 비용 기준으로 10년 절감액은 22억8100만원이다.
이 '마술'은 임목폐기물, 즉 쓰레기를 자원으로 재활용하기로 해 가능해졌다. ‘무상처리’와 ‘탄소 감축’이 협약의 핵심이다. 발전용 목재 칩을 만드는 기업에서 임목폐기물을 수거해 가 발전소 연료(친환경 재생에너지)로 돈을 만들 수 있으니 운반비와 처리 비용을 받지 않아도 타산이 맞는다.
구청 입장에서는 ‘탄소 감축’과 ‘예산 절감’이라는 두 떡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게 됐으니 아이디어를 내고, 협업한 보람이 있다. 인접한 4개 구가 뭉친 덕에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고 업체와의 협상력이 높아졌다. 각 구청도 기업도 같은 일을 네 번 반복하는 수고를 줄였다. 주민 입장에서는 소중한 세금을 아껴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게 됐으니 반가운 일이다. 이인근 동대문구 부구청장은 “연접한 4개 구가 함께 협약을 추진해 일정 규모의 물량을 업체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기에 운반비까지도 무상으로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서울 구청 중 면적이 넓고 산림자원이 많은 곳은 임목폐기물이 연간 1000t 이상 나오는 곳도 있다. 서울에서 강남, 서초, 관악, 강서, 노원, 도봉, 종로구 등은 면적이 넓거나 관내 큰 산이 있다. 무상처리를 서울 25개 구로 확대한다면 연간 20억원 이상의 예산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동네마다 비슷한 축제나 프로그램, 새로 설치하는 시설물이 많다. 지역마다 특성을 살릴 것은 살리되, 규모의 경제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벤치마킹하고 협업해 예산을 아끼고, 효율을 높인다면 모두 손뼉 칠 것이다. 주민도, 구민도, 시민도, 모두 국민 아닌가.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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